외국의 ‘노인 돌봄’ 정책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외국의 ‘노인 돌봄’ 정책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스웨덴·호주 ‘노인 욕구’ 따라 정책 시행, 싱가포르는 ‘고령 친화적 케어’ 목표

기사승인 2019-01-18 00:00:06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노인 돌봄’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이 인구 중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 이대로라면 7년 후엔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 2050년엔 일본을 앞지르는 최고령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돌봄’ 사각지대 발생이 대다수 국민이 당면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는 이에 대비해 올해 6월부터 일상생활에 돌봄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 노숙인, 정신질환자를 지역사회가 통합 지원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집과 지역사회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커뮤니티 케어’는 일부 복지 선진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지역사회 중심 돌봄 서비스와 같은 맥락의 사회서비스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서구에서는 노인 돌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을까. ‘커뮤니티 케어’ 시대의 출발선에 있는 한국과 다른 외국 사례들을 살펴봤다.

◇스웨덴 ‘가정의료돌봄서비스’…병원은 ‘급성기’ 환자만 다뤄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스웨덴에서는 수백 년 동안 지역사회와 공공의 책임이었다. 1956년 이전에는 주로 빈곤계층과 병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 이후부터는 모든 취약계층으로 돌봄이 확대됐다.

게르트 순드스트룀 옌셰핑대학교 명예교수의 ‘스웨덴의 노인 돌봄 서비스와 지역사회의 역할(Aged Care and the Role of Community in Sweden)’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부 지원 프로그램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가족을 돌보는 가족 구성원에게 현물이나 현금으로 소정의 보상을 제공한 것이 그중 하나다. 이어 방문 간호사 등이 생겨나면서 이들이 재가돌봄서비스를 지원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교통서비스, 주간돌봄, 식사배달서비스 등 새로운 형태의 돌봄 서비스가 등장하게 됐는데, 19870~80년대부터 시설보호와 재가돌봄서비스 이용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8년 현재 4%의 노인 인구가 시설보호를 받고 있고 8%는 재가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이용자의 3분의 2는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가정의료돌봄서비스를 이용한다.

스웨덴의 모든 사회서비스는 법률로 규정한다. 어떤 사람에게 서비스 지원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지원을 얼마나 제공해야 하는지를 지방정부가 결정한다. 서비스의 양과 질은 지방정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며, 서비스 결정에 대한 항소가 가능하다.

한편 스웨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 중 하나는 입원한 환자의 퇴원 대기 상황이다. 1992년 이후부터는 만약 퇴원이 지연되면 법률에 따라 지방정부가 지연에 따른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지방정부가 환자들에게 돌봄 서비스나 시설보호를 제공해야 할 유인으로 작용한다. 이후 제공되는 가정의료돌봄서비스도 지방정부의 사무이다. 심지어는 완화의료도 환자의 가정에서 제공될 수 있다.

게르트 순드스트룀 교수는 “이 법률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 잦았다. 오늘날 스웨덴 병원들은 급성기(急性期) 환자만 다루고, 대부분의 입원 기간은 시민들이 판단하기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짧아졌다”며 “이로 인해 수십 년 간 병상 보급률이 줄어들어, 오늘날 스웨덴의 병상 보급률은 유럽에서 가장 낮다”고 말한다.

 

◇호주, 노인 욕구 수준 따라 서비스 제공

호주 노인들은 대부분 가족의 도움과 지역사회 서비스를 받으며 지역사회에 거주한다. 호주는 인구 2480만명의 90%가 도시에 거주하는 등 고도로 도시화된 국가이다. 1970년대 초부터 출산율·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에 진입함에 따라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370만명)를 차지한다. 기대수명은 남자가 80.4세, 여자가 84.5세로 각각 세계에서 다섯 번째와 여덟 번째로 높다.

브라이오니 도 국립고령화연구소장이 최근 발표한 ‘호주의 노인 돌봄 최근 동향(Current State of Aged Care in Australia)’에 따르면, 호주의 노인돌봄서비스는 그 역사가 오래됐으며, 돌봄 서비스는 교통, 가사 지원, 사교 활동 지원에서 복합적 간호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커뮤니티케어는 1956년 재가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처음 시작됐다. 1969년에 재가돌봄 프로그램이, 1970년에 식사배달보조금 프로그램이 도입됐지만, 운영상의 이유로 개혁이 단행됐다. 그러다 2012년 노인돌봄 개혁 프로그램인 ‘오래 잘 살기’(Living Longer Living Better) 정책이 발표되고, 흩어져 있던 여러 프로그램은 ‘재가지원 프로그램’과 ‘재가돌봄 패키지’로 통합됐다.

이 포괄적 기초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는 가장 기본적인 돌봄 욕구, 낮은 수준의 돌봄 욕구, 중간 수준의 돌봄 욕구, 높은 수준의 돌봄 욕구 등 욕구를 네 가지 수준으로 분류해 접근한다. 노인돌봄서비스 신청은 모두 ‘나의 돌봄’ 포털에서 이뤄지는데, 포털에서 재가돌봄 프로그램이나 시설보호에 대한 이용 자격 심사는 노인돌봄심사팀이, 커뮤니티 재가지원 프로그램은 지역심사사무국이 맡아서 진행한다. 포털은 모든 노인돌봄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신청을 한 곳에서 한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호주 국민은 나이와 관계없이 공공병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1차 의료와 전문의 진료 시 보조금을 받는다. 노인은 자산 조사(means test)를 거쳐 헬스케어카드를 지급받는다. 이에 따라 진료 및 약제비 자기부담금이 경감된다. 노인돌봄서비스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한편 호주에서는 현재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재가돌봄 프로그램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2018년 6월 30일 기준 재가돌봄 프로그램의 우선 대기자 명단에는 12만 1418명이 올라와 있다. 6만 4668명은 낮은 수준의 재가돌봄 프로그램에 배정돼 보다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올라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 호주에서도 노인돌봄을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들이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이 70%를 차지해 이러한 돌봄 제공자들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정책 이슈이다.

브라이오니 도 소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은 욕구를 충족하는 서비스는 별로 이용하지 않고, 생애 말기에 다가갈수록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인해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싱가포르, 일차의료 강화 및 지역보건의료체계 재편해 ‘고령 친화적 케어’ 실현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싱가포르는 2012년 고령화 사회에 대응해 보건의료체계를 개혁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기존의 케어를 고령 친화적 케어로 바꾸어야 한다. 즉, 질환 중심의 분절된 케어에서 환자 중심의 통합 케어로, 병원 중심의 케어에서 커뮤니티 중심의 케어로, 고령자를 위한 케어에서 고령자 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케어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지역보건의료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2015년 발족된 싱가포르 보건부 고령화위원회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ageing in place)와 건강 노화를 목표로 국토교통부, 주택개발부, 보건부, 법무부 등 여러 부처와 민간이 협력하는 공동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백상숙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 연구원의 ‘싱가포르 노인 보건의료체계의 최근 동향’ 보고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1995년, 2005년, 2011년 세 번에 걸쳐 노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만성질환자의 증가, 노인 의료 이용 증가, 장기요양 수요 증가 등을 확인했다.

이에 싱가포르 보건부는 고령화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급성기 이후 재활 및 아급성기 치료를 위한 커뮤니티 병원과 장기요양시설 등을 늘리고, 일차의료의 만성질환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새로운 시설과 인프라의 확충을 병행하면서도 통합적인 케어가 가능하도록 병원, 재활, 장기요양을 연계하는 통합 케어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일차의료 지원을 늘리는 등 의료 재정을 개혁하고 지역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노인 대상 지역사회 기반 케어는 ▲주간보호센터, 노인복지센터 등 거동이 가능한 노인이 다양한 센터 기반의 서비스와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재가돌봄 ▲커뮤니티 병원과 요양원에 장기 입원하는 요양 서비스로 나뉜다. 커뮤니티센터의 90%는 정부 지원금, 이용료,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자발적인 복지기관(VWO)이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10%는 민간 영리단체가 운영한다. 재가돌봄은 VWO 33%, 민간 기관 67%가 제공한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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