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서지윤 간호사 어머니 “이제야 ‘태움’ 알겠다더니 극단적 선택”

故서지윤 간호사 어머니 “이제야 ‘태움’ 알겠다더니 극단적 선택”

사망 일주일 전 서 간호사가 어머니에 건넨 말

기사승인 2019-01-18 04:00:00

‘엄마 나 이제 간호사 태움이 뭔지 알 것 같아.’

故서지윤 간호사가 사망 전인 지난달 29일 어머니에게 건넨 말이다. 같은 달 18일 서 간호사가 병동에서 간호행정부서로 전과해 근무한지 7일째 되던 날이었다. 사망 일주일 전날이기도 하다.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관련 기자회견에서 서 간호사 어머니는 “병동에 근무할 때에는 태움을 모른다고 했던 아이가 간호행정부에 내려간 후 그런 얘길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지윤이는 착하고 천사같은 아이다. 병동에서 밝고 행복했던 아이가 얼마나 많은 괴롭힘을 당했으면 그러겠느냐”며 “누구의 잘못인지 진상조사를 확실해 해주시길 바란다”며 눈물을 쏟았다.

유족들은 서 간호사의 사망 원인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지목하고 있다. 동생 서모씨는 “사망 후 누나의 휴대폰에는 ‘행정업무보다 병동이 낫다’, ‘커피나 타고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유령 취급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심지어 행정부서에는 누나의 책상조차 없었고, 슬리퍼 끄는 소리를 내거나 출근을 일찍 했다는 이유로 혼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 전 마지막 근무일에 찍힌 CCTV 속 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출근하고 있었다. 그런 누나를 ‘7년차임에도 그것도 모르냐’며 핍박하는 모습도 담겼다. 누나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지시로 무시받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유가족이 원하는 방향은 확실한 진상조사를 통해 누나의 억울한 입장을 밝혔으면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족과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서울의료원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의도적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서울의료원 김민기 원장은 ‘고인이 (유서에)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왔다’라고 비아냥거리면서 병원 내 간부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꾸리려다 문제가 되자 해체했다. 또 모 인터넷언론은 ‘서울의료원의 자체진상 조사 결과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중단된 진상조사단이 결과를 발표했다고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이러한 상식 이하의 상황이 발생되는 동안 서울시는 아직까지 명확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 간호사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에 유족과 노조를 포함해 줄 것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앞서 지난 8일 서울의료원 측은 간호사 사망사건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객관적인 조사가 어렵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11일 서울시에 감사를 요청하고 조사위를 철수한 바 있다.

현재 서울시가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조사단에 유족, 노조, 외부전문가 등이 포함되지 않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유족과 노조는 “서울시가 직장 내 괴롭힘이 사망원인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신속한 조사가 이뤄져야 함에도 늦장대응을 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유가족, 노동조합,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시 산하 병원들을 일제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의료원 측은 “병원 측이 고인에 대해 비아냥거렸다거나 명예를 훼손하려 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동료의 죽음으로 내부적으로 충격이 크고 침울한 상황이다. 서 간호사에 대해 비아냥대거나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분위기도 아니다. 또 서 간호사 사망 이후 상황파악에 신중을 기하다보니 내부 입장 전달이 다소 늦었지만 은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서 간호사 사망에 대해 비통하게 생각한다. 현재 서울시의 감사  받고 있는 만큼 감사 결과에서 발견되는 문제점 등을 적극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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