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황치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요”

[쿠키인터뷰] 황치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요”

기사승인 2019-01-21 08:01:00

지난 2일 경기 고양시 CJ ENM 일산 스튜디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 시즌6의 첫 녹화에서 미스터리 싱어 100명과 함께 무대에 오른 가수 황치열은 가슴이 울컥했다. 지난 날들이 머리를 스쳐서다. 그가 부른 노래는 영국 밴드 퀸(Queen)의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 ‘우린 이 세계의 승리자’라고 노래하던 그의 목소리는 사뭇 결연했다.

황치열은 ‘너목보’가 낳은 스타다. 보컬 강사로 일하던 2015년, ‘너목보’ 시즌1에 출연해 단숨에 유명세를 얻었다. 경연 가수로 참가한 중국판 ‘나는 가수다’의 흥행 덕에 새로운 한류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첫 번째 미니음반을 낸 2017년 6월, 그는 ‘너목보’로 ‘금의환향’했다. 무대에서 ‘매일 듣는 노래’를 부르는 황치열을 보면서 이선영PD는 눈물을 흘렸다.

“힘들면 힘들다 말해도 돼 / 지치면 지친다 말해도 돼 / 혼자서 참지 말고 / 그 한숨을 나눠줄래, 내게” 21일 오후 6시 두 번째 미니음반 ‘더 포 시즌스’(The Four Seasons)에 수록된 ‘포옹’에서 황치열은 이렇게 노래한다. 최근 서울 서울숲2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꾸 채우려고만 하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쓴 가사”라고 설명했다. 

황치열은 ‘더 포 시즌스’를 다이어리 형태로 제작했다. “1년 내내 팬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낸 아이디어다. 음반에 실리는 10곡 모두 황치열이 직접 작사·작곡·프로듀싱했다. 타이틀곡은 잔잔한 분위기의 ‘이별을 걷다’. 황치열은 “여러 번 들어도 귀가 피로하지 않은, 대신 여운은 길게 남는 노래를 골랐다”고 했다.

“아직도 몸이 가난을 기억해요.”

2005년 청운의 꿈을 품고 구미에서 상경한 황치열은 한때 자신이 살던 옥탑방을 무명 작곡가들을 위한 작업실로 개조했다. 수년 째 입봉하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 이번 음반에 실린 ‘칭찬해’와 ‘너무 쉽게 날 잊어버리지마’도 이 옥탑방에서 만들어졌다. 

황치열이 후배 작곡가들을 각별하게 여기는 건, 그가 과거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황치열은 “몸이 가난을 기억한다”며 웃었다. 그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하루 종일 일정을 소화하고도 운동을 하겠다며 몸을 움직인다. 그는 이 시간이 자신에겐 ‘힐링’이라고 말한다. 

“환경이 바뀔 수는 있겠죠. 더 좋고, 더 멋지게. 하지만 전 여전히 20년 지기 친구들과 있을 때 가장 즐거워요. 물론 예전만큼 생계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무명 시절엔 어두운 도로를 헤드라이트 없이 달리는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어둡진 않죠. 고민의 내용이 좀 더 진취적으로 변했달 까요. 압박감보단 ‘즐기자’는 마음이 더 큽니다.”

황치열은 자신을 향한 팬들의 사랑엔 “오랜 기간 한 길만 보고 간 사람에 대한 응원”이 깔려 있다고 믿는다. 그는 자신이 받은 위로를 노래를 통해 다시 나누려고 한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어른병’이 그 보기다. “자고 나면 아픈 나의 맘이 / 조금은 나을 거라고 / 그렇게 믿고 잠들어”라는 가사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팬님들 덕분에…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어요”

팬들 앞에서 황치열은 늘 겸손하다. 그는 팬들에게 ‘님’이라는 존칭을 붙인다. KBS2 ‘불후의 명곡’ 이후 6~70대 팬들이 늘어난 데다, 자신을 ‘가수님’이라고 부르는 팬들에게 그에 맞는 예의를 차리고 싶어서다. 황치열 혼자서 가사를 쓴 ‘넌 아니’는 수 년 동안 자신을 지켜봐 준 팬들을 위한 노래다. 그는 “얼핏 사랑 노래 같은 가사지만, 팬님들은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팬들의 사랑을 실감할 때마다 황치열은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콘서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엔 특히 더 그렇다. 길목에 서서 자신을 배웅하는 팬들 때문이다. 황치열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길이 너무 아름답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탄 차의 창문을 내려두거나 차 안 전등을 켜둔다. 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더 보여주기 위해서다. 

황치열에게 정규 2집은 또 하나의 도전이다. 12년 만의 정규 음반인데다가, 전곡을 직접 프로듀싱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도전의 아이콘’이라고 부른다. 구미에서 댄스팀을 만들어 활동하던 때부터 ‘너목보’, 중국 ‘나는 가수다’에 나갈 때까지, 그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황치열은 “지금도 새로운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지 맞이할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타이틀곡처럼 차분한 치열이도 있고 격정적인 치열이도 있어요. 필요하다면 ‘다 죽어봐라~!’ 하면서 고함을 지르는 노래도 부르겠죠. 다양한 색깔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예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동안 냈던 노래는 커버곡이 많았거든요. 이번에도 많이 따라 불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홍보도 몸에 배어 있네요, 제가. 하하하.”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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