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올해로 10년이다. 2009년 자본산업의 대형화와 겸업화를 통해 초대형 투자은행(IB)을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출현시켜 글로벌화에 대응하겠다는 목적 아래 제정됐다. 금융투자업간 겸영이 허용되면서 10년 새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도 생겼다. 투자자보호제도를 선진화하겠다는 목적에 맞게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됐고, 편의성도 다소 개선됐다.
하지만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10년 전 보다 자기자본 규모가 커졌지만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는 물론 아시아지역 IB와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또한 법 시행 이후 질적 성장은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통합법 변천사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은 경영부실로 어려움에 처했던 국내 굴지의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면서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이를 계기로 자본산업의 대형화 겸업화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초대형 IB를 탄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2007년 7월 국회는 종전의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종합금융회사에 관한 법률 등 6개 법률을 통폐합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1년 6개월 뒤인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금융투자업 상호 간 겸영이 허용됐다.
이후 자본시장통합법은 10년간 금융시장의 환경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을 거쳐 왔다. 정부는 2011년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하기로 했으며, 2013년 당시 삼성·현대·대우·우리투자·한국투자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다.
2016년에는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규모 4조원 이상을 기준으로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2017년 미래에셋대우 ·NH투자·한국투자·삼성·KB증권 등 5개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금융소비자 보호 편의성 개선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가 강화됐다.
우선 설명의무를 강화했다. 금융소비자에게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 내용과 위험 등을 금융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확인 서명을 받게 했다. 또한 금융소비자가 원하지 않으면 전화, 방문 등을 통한 투자권유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소액지급결제가 증권사에서도 가능해지면서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했다. 이전에는 소액결제를 위해선 특정 은행을 통해서만 증권 거래가 가능했던 것.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갈 길 멀어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약 8조3000억원으로 업계 1위다. 하지만 이는 골드만삭스(100조원 이상) 등 글로벌 IB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수준이다. 또한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기업금융에서 직접금융(주식 회사채 발행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국내 중소기업 자금조달 비중 중 간접금융(은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6.8%(673조9000억원)로 집계됐으며, 직접금융은 2조6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자본시장법의 규제 수는 은행과 보험보다 2배 가량 많은 총 613개로 집계됐다. 또한 초대형 IB의 핵심 단계인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2곳(한국투자 ·NH투자증권) 뿐이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악마는 디테일(세부사항)에 있다. 자본시장법 자체는 거룩하고 취지가 좋았는데 막상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며 “법조문 등 세세한 규제까지 합하면 1000개는 넘는데, 이렇게 규제가 많으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행어음 인가 관련해서도 본질적인 업무 요건이 아닌 업부와 관련없는 가벼운 제재도 고려해 인가하다 보니 인가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초대형 IB 탄생을 위해 이런 법(자통법)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밖에 안되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