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의 베벌리힐스 용산 한남동 ‘급이 달라’...공시가 한번 올려봐

[기획] 한국의 베벌리힐스 용산 한남동 ‘급이 달라’...공시가 한번 올려봐

기사승인 2019-01-24 04:00:00

한국의 베버리힐즈라고 불리는 용산 한남동 단독주택 시장은 공시가격 인상을 앞두고도 아랑곳 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 거래는 줄고 매수심리는 위축됐지만, 고가 단독주택 보유자들은 가격을 내리면서까지 시장에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각종 개발호재 등으로 인해 더 크게 오를 거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부자들이 아닌 일반 서민이 고스란히 안게 될 거라고 우려했다. 

◇공시가격發 빙하기 맞은 단독주택 거래

23일 서울시와 강남구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 표준 단독(다가구)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역대 최고 수준인 20.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25개 구 가운데 용산구 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39.4%에 달한다. 강남구(42.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인 셈이다.

이에 따라 용산 일대 단독주택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한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용산구의 단독·다가구 주택 거래량은 20건으로 지난해 동기(75건)보다 감소했다. 고가 단독주택이 밀집한 한남동의 경우 15건에서 5건으로 3배가 줄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는 25일 표준주택 공시가격 발표에 이어 공동주택과 개별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4월 말 이후에도 거래 감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기존 대출 규제 등 9·13대책에다 보유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올해 큰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은 물론,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것”이라며 “거래시장이 한동안 위축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진짜 부자들, 공시가 인상 아랑곳 안 해”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당장에 업계 영향을 주는 부동산 거래 급감을 차치하고서라도, 결국 시장 침체로 피해를 보게 되는 건 고가 단독주택 소유자와 같은 부자가 아닌 일반 서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작 부자들은 공시가격 인상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남동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A씨는 “이번 공시가격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는데 너무 많이 올랐다”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남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작 부자들은 공시가격이 얼마 오른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거래가 없다고 해서 그들이 겁을 먹진 않는다. 가격을 내려서 팔고 싶지 않은 것일 뿐이다. 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거래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모든 손님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집 사면 보유세가 얼마나 될까요’다”라며 “한건의 거래도 소중한 상황이어서 세무사와 연결해 보유세에 대해 함께 논의해도 결국 이들 상당수가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미분양 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서민들만 힘들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 이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집값은 잡힐까…“상관없이 더 오를 것”

현장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이 집값 안정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이들은 예정된 개발 호재 등의 영향으로 관망세를 유지하다가 다시 오를 거라고 내다봤다.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번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이곳 집값이 잡힐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오히려 떨어지지 않고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남 나인원 완판, 유엔사 부지 매각, 분당선 연장, 공원조성 사업 등과 같은 여러 개발호재와 돌아가는 상황을 봤을 때 실거래만 없을 뿐이지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다시 오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공시가격 인상 등의 정부 규제를 떠나서 해당 지역이 언젠간 개발될 거라는 일종의 기대심리가 이곳에선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시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면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향으로 갔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E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을 대체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라면서도 “공시가격이 현실화돼야 한다면 단계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올려서 조세저항이 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표준주택 공시가와 상승률 등을 공식 발표한다. 이어 오는 25일에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한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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