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 재벌 떨게 만드는 행동주의 펀드…누구냐 넌

[알기쉬운 경제] 재벌 떨게 만드는 행동주의 펀드…누구냐 넌

기사승인 2019-01-25 04:00:00

최근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재계 순위 14위(2017년 기준 매출 15조원)인 한진그룹에 주주 친화정책 강화를 요구하면서 대주주 일가를 공개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KCGI는 한진그룹에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제안했던 것.

그러자 ‘기관 KCGI에 동참, 조회장 일가 견제’, ‘KCGI, 조회장 향해 레드카드’, ‘KCGI 행동 개시, 사실상 조회장 퇴진 요구’ 등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행동주의 펀드가 뭐길래 기업에 주주 친화정책을 요구하는 걸까. 또 KCGI의 이같은 행보에 한진그룹은 벌벌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걸 알기위해 우선 행동주의 펀드가 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는 목소리 큰 펀드를 의미한다. 이들은 기업에 주식을 투자하고선 기업가치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수동적인 펀드가 아닌 능동적인 펀드인 것. 주식 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로 등재된 후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 기업 및 보유 주식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예컨대 행동주의 펀드는 투자 기업 경영진을 직접 찾아가 “나는 당신 기업에 중요한 투자자다. 그런데 수익률이 별로다. 돈 안 되는 사업부는 팔거나 수익 좋은 다른 회사와 합병해라”라고 요구한다. 또는 “놀고 있는 회사자산이 있으면 팔아서 주주 몫을 더 챙겨달라”라고 주장한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오면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유명세를 탄 엘리엇이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다. 2015년 당시 엘리엇은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사들인 뒤 합병에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이듬해 10월에는 삼성전자 이사회에 주주에게 돌아오는 돈인 배당금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런 엘리엇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특히 배당금이 올라가자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사람도 많아졌으며, 이에 따라 주가도 상승했다. 이처럼 행동주의 펀드는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 요구 등으로 주가를 띄운 뒤 차익을 챙긴다.

그렇다면 KCGI와 한진그룹의 맞대결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KCGI는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불린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한 강성부 씨가 대표를 맡고 있어서다.

강성부 펀드는 지난해 9월 등장하며 자신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인 행동주의 펀드임을 천명했다.

개설 2달 만인 지난해 11월 장내 지분 매수로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9%를 확보,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 1.81%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 10%를 넘겼다. 이른바 10%룰(경영참여형 지분 매입 최저기준)을 충족한 것. 이와 함께 강성부 펀드는 한진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한진 지분 8.03%도 확보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에 한진그룹에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공개 요구한 것이다.

제안문은 ▲지배구조 개선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제고 등 3가지 방안을 골자로 한다. 지배구조와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KCGI는 사외이사 2명과 외부전문가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한 사전 검토와 심의를 맡기기 위해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송치호 연구원은 “KCGI는 일반적인 형태의 주주행동주의를 띄어나가고 있다”고 말하며, “우선 직접적으로 경영권을 위협할 지분율을 취득하지 않았고, 제안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나설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 받고 있어 이에 대한 진행 과정 및 주요 주주의 주주제안권행사 여부 등은 변수가 될 수 있다”며 “행동주의의 타깃이 된 기업 측면에서는 핵심 자회사들에 대한 실적 개선, 배당 상향 및 경영투명화에 대한 주주들의 압력을 받게 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
김태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