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단독주택 공시가 둘러싼 ‘갑론을박’…업계 미칠 파장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 둘러싼 ‘갑론을박’…업계 미칠 파장은

“조세저항 우려”vs“여전히 낮아”…주택시장 빙하기 도래

기사승인 2019-01-25 04:00:00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 9.13% 올랐다. 서울은 17.75%로 주택가격공시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급격한 현실화는 단기적으로 조세 형평성 및 공시가 투명성 등을 이뤄낼 수 있지만, 심한 조세저항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번 공시가격 상승의 여파로 향후 부동산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거라는 전망이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는 재산세 등 과세자료나 복지 분야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전국 개별 단독주택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 역할을 한다. 정부가 실시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해당 지자체들이 인근에 유사한 개별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 전국 개별 단독주택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준다.

◇공시가격, 그간 어떤 문제 있었나

#부산 민락동 A 아파트의 시세는 7억5000만원이고 서울 신사동 B 단독주택의 시세는 16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공시가격은 모두 5억5000만원으로 같은 금액의 재산세를 냈다.

#대전 문화동의 한 단독주택은 공시가격 2억원에 실거래가가 3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67%인 반면, 용산 한남동의 실거래가 34억원대의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13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38%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24일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과 토지의 현실화율이 낮아 발생하는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시가격 산정방식과 절차 등을 전면 개선해 현실화율을 높이고 형평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 공시가격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주택과 토지를 망라해 2018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시세반영률을 조사했다”며 “그 결과 시세에 대한 공시가격 비율인 현실화율 평균이 공동주택 68.1%, 단독주택 51.8%, 토지 62.6%로 집계됐다.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과 토지 현실화율이 낮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문제점은 공시가격을 정할 때 매년 전년도 공시가격에 일정 수준을 가감해서 결정해온 잘못된 관행과 개별 파악이 어려운 단독주택·토지 등 부동산 유형별 특징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덜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더 가진 사람이 세금을 덜 내는 조세 부담의 역진성으로 공정한 과세가 이뤄지지 못하고, 또 복지 대상자 선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2019년부터는 공시가격 선정방식과 절차 등을 전면 개선해 현실화율을 높이고 형평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9.13%↑, 서울 …용산 35.4%·강남 35.01%↑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 단독주택 22만가구의 공시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평균 9.1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 6.2% 오른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지난해(5.51%)와 비교해서는 3.62%p 높아졌다. 

서울은 17.75%가 올랐다.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주상용 부동산 신축 수요증가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영향으로 2006년(9.09%)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 그 다음으로는 대구(9.18%)가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평균 상승률보다 높았다. 

나머지 16개 시·도는 전국 평균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경남은 0.69%로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시·군·구별로는 전국 평균(9.13%)보다 높게 상승한 지역은 28곳, 평균보다 낮게 상승한 지역은 222곳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서울 용산구(35.4%), 강남구(35.01%), 마포구(31.24%)가 전국 시·군·구 중 순위권을 차지했다. 서초구(22.99%)와 성동구(21.69%)가 뒤를 이었다. 

경남 거제시(-4.45%), 창원 마산 회원구(-4.11%), 창원 의창구(-3.97%), 창원 진해구(-3.83%), 전북 군산시(-3.69%)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격공시 대상 표준 단독주택 22만가구 중 ▲3억원 이하는 19만2606가구(87.6%)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는 2만743가구(9.4%)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는 3639가구(1.7%) ▲9억원 초과는 3012가구(1.4%)였다.

◇“조세저항 불러일으킬 것” vs “여전히 낮은 수준”

업계관계자들은 이번 공시가격 선정을 놓고 대립되는 의견을 보였다. 우선 공시가격의 급격한 현실화는 심한 조세저항 등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할 거란 시선이 존재했다. 이들은 과세주체들이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가격조정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는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는 당장은 조세 형평성 등을 담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깨트리거나 심각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가진 만큼 세금을 내게 한다는 조세원칙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도 지역이나 가격대, 주택 유형 간의 형평에 맞춰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은 없다”면서도 “단독주택의 실거래 사례가 적어 시세파악이 쉽지 않고 개별성이 크다는 점은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소득이 낮은 소외계층과 고령층의 복지수급자 탈락 문제와 택지개발을 위한 토지 보상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복합적인 부분에서 충분히 고민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부동산 세제는 종부세율 인상과 보유세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매년 5%씩 인상될 예정이라 공시가격 인상이 조세불복이나, 세금민원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유세를 강화하되 거래세(취득세, 양도소득세)는 낮추거나 정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여주기 식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했다. 초고가 주택만을 대상으로 상승분을 높였지, 나머지 일반 주택의 경우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이번에 발표한 가격구간대별 변동률을 보면 초고가 단독주택만을 대상으로 상승분을 높였지 나머지 일반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3~6억이면 시세로는 10억이 넘는데 8.45%는 너무 낮은 수준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정부가 공시가격을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조세저항 등과 같은 우려는 오히려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세금 폭탄 등의 얘기가 나오니 이를 의식해 일부러 낮게 선정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닥 개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미칠 여파는

전문가들은 이번 공시가격 상승의 여파로 향후 부동산 시장은 지금보다 더욱 얼어붙을 거라 내다봤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12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9·13대책 이후 냉각된 시장 분위기가 반영돼 5만5681건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22.3%나 급감했다. 

권대중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올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은 매매가 안 되니 증여를 늘릴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주거용 부동산도 올라가게 되면 상가 등의 건물 보유자들은 임대료를 올릴 것이고, 이는 서민들에게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도 “주택 대량입주와 대출규제에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까지 더해지며 매수심리 위축과 거래 감소추세는 조금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관망하는 수요자가 늘다 보니 매도자들이 급매물로 싸게 내놔도 팔리지 않는 전형적인 매수자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과세 강화와 집값 조정에 대한 위축심리가 부동산시장 움직임을 제한하고 가격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