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연쇄적으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2005년 11월 전남대학교병원에서 26세의 수술실 간호사가 사망했습니다. 이듬해인 2006년 4월 같은 병원에서 38세의 수술실 간호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9년 후인 2015년 2월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는 21세 간호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2016년 6월에는 47세의 전남대학교병원 수술실 간호사가 숨졌습니다. 지난해 2월 서울아산병원에서 27세의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올해에도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은 계속됐습니다. 1월에만 서울의료원 소속 간호사(29세), 전북 익산의 간호조무사(28세), 강화군에서는 간호조무사 실습학생(31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0년 이상 대형병원 응급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는 부서내 행정 업무를 전담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행정 업무와 응급실 내 간호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지만, 그는 병원 측에서 제공한 약간의 ‘인센티브’에 만족스럽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3교대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좀 사람답게 사는 것 같아요.” 인센티브란 것은 고작 3교대 근무에서 ‘면제’였던 겁니다.
간호사는 항상 격무에 시달립니다. 손이 부족한 탓입니다. OECD 평균 절반밖에 되지 않는 간호 인력에 대해 정부는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방법을 취하지만 효과는 미미합니다. 40만 명에 가까운 간호 면허 소지자 중 상당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극한의 업무 강도에 턱없이 적은 월급 때문에 스스로 일을 관두고 있습니다. 아무리 간호대 정원을 늘린들 ‘장롱면허’만 양산하는 꼴입니다.
열악한 업무 환경 개선은 요원한데, 일자리를 구하려는 간호사들도 많으니 병원들은 어떻겠습니까?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는 배짱을 괜히 부리겠습니까?
그러니 선배 간호사의 후배 괴롭힘을 의미하는 ‘태움’을 일반적인 직장 내 괴롭힘 정도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처참한 근무 환경에서 발생하는 수평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구조적 타살’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간호사 연쇄 사망의 고리, 죽음에 내몰릴 정도의 노동 환경이 만들어낸 악순환은 언제쯤 깨어질까요?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