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란 산란일자 표기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양계농가가 ‘합의’ 여부를 둘러싸고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일단,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 당시 식약처-농가-소비자단체간 논의 과정에서 산란일자 표기 수용과 관련해 조건부 합의가 있었지만, 후에 식약처가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논의과정에서 농가는 산란일자 표기를 반대했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미 살충제 달걀 파동이 터지고 난 후 산란일자 표기 대책은 사실상 확정돼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식용란 선별포장을 지역별 계란유통센터(광역GP)로 추진한다면 산란일자 표기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소비자단체도 같은 입장이었다”면서 “식약처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약속을 식약처가 먼저 깼다. 광역GP가 농가 개별 선별 포장으로 기준이 뒤바뀌어 버렸고 식약처는 우리가 합의해놓고 말을 바꿨다고 비판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요구한 광역GP란 정부에서 파견한 검사원이 상주하면서 살충제와 항생제 등을 검사하는 정부 주도형 집하장 시스템을 말한다.
참고로 지난해 개정된 ‘축산물 위생 관리법’에 따라 오는 4월 25일부터 모든 가정용 계란은 세척과 선별 설비를 갖춘 ‘식용란 선별포장업체’를 거쳐 유통해야 한다. 식용란 선별포장업 요건은 관련 설비만 갖추면 기존 산란계 농장이나 유통 상인들도 허가를 받을 수 있어 이른바 ‘셀프 검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 회장의 주장을 정리하면, 양계농가는 정부가 광역GP(집하장) 설치할 시 산란일자 표기를 받아들이겠다는 조건부 수용에 합의했지만, 이후 식약처가 말을 바꿔 개별 농가로 방향을 틀었고, 현재 농가와의 갈등 국면에서 ‘산란일자 표기에 농가가 합의했다’며 본인들에게 유리한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는 것.
그러나 식약처의 설명은 이와는 정반대다. 양계농가가 주장하는 ‘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농가는) 산란일자 표기와 식용란 선별포장업을 연계해 말했지만, 우리는 이것들이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광역GP 설치가) 전제되어야만 이게(산란일자 표기가) 되고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그렇게 합의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른바 조건부 합의 자체가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주장에 대해 “서로 생각하는 것을 다르게 이야기한 것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시 농가의 조건부 합의 요구는 있었을까. 이 관계자는 “농가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선별포장업 등과 계속 연결시켜 주장을 했지 조건이 선결되면 (산란일자 표기를) 받겠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가가 주장하는 ‘합의’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이견을 나타냈다.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에서 국조실장 주재로 회의를 하고 여러 차례 소비자단체와 함께 회의를 진행했다. 그쪽(농가)에서는 선뜻 찬성하지 않았고, 그럴 입장도 아니었다. 그러다 행정예고가 됐고 이후 아무 말도 없다가 법령이 고시되고 그 과정에서 1년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여기까지 흘러왔다”고 말해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의 합의 파기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