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더 싸진 것 같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오후 1시께, 서울 이마트 용산점. 주부 권모씨가 채소 매대 앞에서 양파 1망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기자가 매장 직원에 “왜 이리 싸냐”라고 묻자, “현재 양파 생산이 많은 걸로 안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양파 가격은 지난해 대비 26.7%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농수산물은 과거에 비해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배추 (대) 한 포기 2480원, 무 1780원, 깐 밤 5480원, 조기 4980원, 고등어 두 마리 5960원, 소고기 600그램(1++) 4만원, 달걀 30구 3980원, 흙 대파 2480원 등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에 각 매대에 ‘설 세일’, ‘행사 상품’, ‘특별가’ 등의 할인을 안내하는 문구가 오밀조밀 붙어있었다.
반면, 과일 코너는 손님에 비해 거의 장바구니에 담기지 않았다. 지난해 개화기 냉해로 사과, 배 등 과일류 가격이 높아진 탓이다. 사과 네 알 8980원, 배 두 알 1만4800원에 달했다. 토마토도 6~8개가 7980원으로 꽤 올랐다고 한다. 물건과 가격을 ‘쓱’ 보고 다른 쪽으로 옮기는 고객이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손님 강모씨는 “가격이 만만치 않아 사기가 부담스러워 졌다”며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면, 국, 간식 등 간편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 코너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육수부터 떡국, 떡갈비, 냉동 명태살 등 유명 상표들의 다양한 상품이 즐비했다. 이것만으로도 차례상을 가뿐히 차릴 수 있겠단 생각도 스쳤다. 명절 준비를 앞두고 있다는 김모씨는 “냉장고에 사두면 종종 꺼내 쓰기 좋다”면서 “가족이 크게 모이지 않아, 따로 설 명절 음식을 크게 준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할인 상품과 명절 제수용품이 손님의 눈길을 붙잡았지만, 설을 앞둔 것치곤 비교적 북적이지 않았다. 매장 직원도 ‘명절 특수’가 희미해지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곳서 다년간 근무했다는 한 매장 직원은 “요샌 인터넷도 있고, 대가족도 별로 없으니 마트에 영향이 있지 않겠나”면서 “그래도 명절 앞뒤 시점으로 손님들이 몰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명절이 대목인 설 선물세트 코너는 한산했다. 참치, 햄부터 샹푸 등 생활용품까지 ‘실속’을 내세운 선물세트가 가득했지만. 고객의 문의는 적었다. 대체로 2~5만원 선으로 형성됐다. 버섯과 인삼 등 10만원 이상의 설 상품도 포진해 있었다. 매장 직원들이 “상품 보고 가시라”, “구성이 좋다” 등 힘겹게 고객을 유인해 봐도 손님들은 설명만 듣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많이 팔리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장 직원들은 “답하기 어렵다”라고 입을 모았다.
마트와 마찬가지로 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매대 역시 썰렁했다.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 설 선물세트 판매 코너에서도 과일과 건강식품, 프리미엄 과일 등 선물세트가 꽃단장을 하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팔리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였다. 이에 한 매장 직원은 “사전에 인터넷으로 많이 팔기도 했으니 그런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사정도 비슷했다. 매장 직원들이 힘겹게 손님의 눈길을 잡아 봐도 손님들은 구경만 하고 떠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쇼핑을 마친 손님 대다수는 푸드코트로 향했다. 푸드코트에서 순서를 대기하고 있던 심모씨는 “명절 선물 준비하셨냐”는 물음에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준비해서 감사한 분들께 드리려 한다”며 “백화점은 아무래도 비싸지 않나”고 귀띔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