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가 위축세를 보이는 가운데, 집값과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계약 시점인 2년 전 아래로 하락한 지역들이 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셋값 급락 지역을 중심으로 깡통전세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깡통주택은 매매가격 하락으로 전세와 대출금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주택을, 깡통전세는 이로 인해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전국 17개 광역시·도중 11곳, 경기도 28개 시중 21곳 역전세난 우려
11일 한국감정원의 월간 주택가격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11개 지역의 전셋값이 2년 전(2017년 1월)보다 떨어졌다.
우선 경기도의 전셋값은 2년 전보다 3.6%, 인천은 0.26% 낮은 상태다. 경기도는 정부 규제와 새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전체 28개 시 가운데 21곳의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성(-13.47%)·안산(-14.41%), 오산(-10.05%)·평택(-11.08%) 등지의 낙폭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전보다 2.67% 하락한 가운데 울산광역시의 전셋값이 -13.63%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울산 북구는 현재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20.80% 떨어졌다.
경상남도 역시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11.29% 내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거제시는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무려 34.98% 하락해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부터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부산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전보다 2.36% 하락했다. 세종(-5.47)·강원(-2.62%)·충북(-4.01%)·충남(-7.08%)·경북(-8.10%)·제주(-3.71%) 등에서도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많이 내렸다.
◇서울 강남 이어 강북에서도 전세금 돌려줘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아직 2년 전 대비 1.78% 높다. 다만 역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앞으로 1.78% 하락하면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1월 이후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다.
강남 4구의 전셋값은 2년 전보다 0.82% 하락했다. 서초구의 전셋값이 2년 전 대비 -3.86% 떨어졌고 송파구도 2년 전 시세보다 0.88% 내렸다. 강남구(0.02%)는 사실상 2년 전 가격 수준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대비 강남 4구의 전셋값은 1.48% 하락해, 강남 4구 이외 지역(-0.53%)에 비해 낙폭이 약 3배 가까이 높았다. 강북에서도 최근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현재 도봉구 전셋값은 2년 전보다 0.40% 낮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의 주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당국은 깡통전세 문제가 좀 더 심각해질 경우 역전세 대출을 해주거나 경매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규제로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역전세난이 지속되면 집값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깡통주택·깡통전세 등에 따른 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