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범인 잡고도 쉬쉬한 UNIST '왜'

'비트코인 채굴' 범인 잡고도 쉬쉬한 UNIST '왜'

기사승인 2019-02-12 08:10:07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이 공용 컴퓨터실에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채굴한 외국인을 붙잡고도, 경찰에 알리지 않아 그 배경을 놓고 갖가지 억측을 낳고 있다. <관련기사 2월11일자 [단독] UNIST 컴퓨터실서 비트코인 채굴한 인니 유학생 '검거'>

지난 10일 울산경찰청에 검거된 범인은 조사 과정에서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학부 연구실의 일종인 CAD 컴퓨터실에서 고성능 컴퓨터 27대를 연결해 엄청난 전기량을 필요로 하는 암호화폐 채굴을 최소한 사흘 동안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은 지난해 9월 울산과기원에서 제적된 인도네시아 유학생 A씨(22). 본국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고교를 졸업하던 지난 2014년초 이공계 연구중심 특수대학으로서 아시아권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울산과기원으로 유학을 왔다.


2017년까지 8학기를 정상적으로 다녔으나, 졸업에 필요한 이수 학점을 채우지 못한 A씨는 경제적 여건으로 2018년 등록을 포기하게 된다. 결국 그해 2018년 9월, A씨는 학교에서 제적당했다. 촉망받던 과학기술원 유학생에서 졸지에 불법 체류자로 전락한 것이다.

과학기술원은 세계적 논문 발표에 필요한 연구와 산학 협력 특허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특성으로 인해,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곳이다. 울산과기원의 출입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제적된 A씨의 학내 건물 출입은 불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A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최소한 지난 1월27일부터 29일까지 비트코인을 본격적으로 채굴한 디자인·인간공학부 10층 CAD 컴퓨터실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공용컴퓨터실 27대에 'HoneyMiner'(허니마이너)라는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비트코인과 모네로(익명성이 강한 암호화폐)를 채굴했다.

범죄 현장은 지난 1월29일 CAD(컴퓨터를 활용한 입체디자인 작업)이 필요했던 학교 관계자에게 처음 발견됐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비어 있는 CAD실에 가상화폐 채굴 프로그램이 잔뜩 깔려 있는 것을 발견, 그날 밤 SNS(유니스트 대나무숲)에 "학교에 정신나간 파렴치한 분이 계셔서 제보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이 제보자는 같은 날 상세한 당시 상황을 담은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대학측은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지내다가, 각 언론사 이메일로 제보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진이 홍보실로 문의한 2월1일에야 '비트코인 채굴' 확인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은폐' 의문은 여기부터다. 

울산과기원은 취재진들의 문의가 잇따른 1일 당일 인도네시아 유학생 A씨를 학내에서 붙잡았다. '현주건조물침입죄' '절도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경찰에 넘기지 않고,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만 이 사실을 알렸다.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불법체류자 신분인 A씨가 항공권을 구입한 상태에서 본국인 인도네시아로 출국할 의사를 보이자 그대로 풀어줬다.

학교측으로부터 아무런 신고를 받지 못한 울산지방경찰청은 언론사의 잇단 보도가 나간 뒤인 7일,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본국으로 귀국하지 않은 A씨 행적 추적에 나선 경찰은 10일 서울을 떠돌다가 울산에 다시 돌아와 칩거해 있던 피의자를 검거했다.

결국 울산과기원은 '범인 도피죄' 혐의를 받는 처지가 됐다. 학내에서는 경제적 궁핍에 몰려 있던 피의자에게 학교 측에서 항공권을 구입해주는 편의까지 제공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울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수사중이어서 피의 사실을 세부적으로 설명할 단계가 아니다"며 "현재 (A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있으나, 구체적 내용을 더 조사한 뒤 신병처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과기원 홍보실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어떤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컴퓨터실에서 비트코인 채굴 흔적을 처음 발견해 SNS에 올린 사람이 직원인지, 학생인지는 학교에서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직원이라고 알려진 언론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울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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