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역전세난과 함께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커지고 있다. 집값 하락 여파로 집을 팔아도 임차인의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어서다. 깡통주택은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현재 집값보다 더 많은 주택으로,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대출금이나 세입자 전세금을 갚지 못하는 주택이다.
전문가들도 뾰족한 묘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로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서 운영하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깡통전세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14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 경매 진행 건수는 11만7000여건으로 전년도보다 9% 증가했다. 2014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경매 진행 건수가 경기 부진 영향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8%p 하락한 72.2%를 기록했다. 지지옥션 서지우 연구원은 “깡통전세 영향으로 경매 건수가 늘었다고 보기에 시기적으로 아직 이르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영향이 경매시장에 반영되고 있음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으로 선순위 채권이 없는 부동산에 전세보증금이 60~70% 될 때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선순위채권이란 주택에 걸린 근저당과 앞서 들어온 임차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다. 선순위채권을 끼고 있는 주택이라면, 집값이 대출금과 전셋값을 합친 금액 이하로 내려갈 때 깡통주택이 되기 때문이다.
또 현재로선 HUG와 서울보증보험(SGI)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세보증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HUG에 따르면 반환보증 가입자는 2016년 2만4460건에서 이듬해 4만3918건, 지난해 8만9350건으로 증가세다. 보증금액도 지난해 19조364억원으로 지난해 9조4931억원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세입자 측면에선 선순위채권 없는 부동산에 전세보증금이 60~70% 되는 곳에 들어가면 가장 안전하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임차보증금 반환보증보험밖에 없다”고 말했다. HUG 서석민 팀장은 “현재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은 HUG와 서울보증보험 두 군데서만 하고 있다”며 “깡통전세 위험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정부 측에서 갭투자자들과 같은 민간 사업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갭투자를 불법적으로 보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갭투자란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 시현을 노리고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서진형 회장은 “깡통전세, 역전세난 문제는 단순히 갭투자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자기 주택을 사서 임대사업 하는 건 당연하다. 이들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민간사업자다”라며 “다만 과도하게 전세금을 받고 이를 돌려주지 않으면 문제지만, 대부분은 주택을 한 채 가지고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들이 됐든 매도인 혹은 매수자가 됐든, 한쪽을 다 막아버리면 출구전략 없다”며 “거래량 줄여서 시장 기능을 마비시켜 안정화시켜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도 “국내 부동산 시장은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지금 같은 세입자 피해는 정부 규제의 영향이 크다. 정부에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거래 수요가 줄고 깡통전세 등의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입주가 주택시장 하방 압력이 되고 있고 그 위험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집주인 역전세 대출이라도 찾아보는 등 정부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각에선 HUG를 이번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로 인한 최대 수혜자가 될 거라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깡통전세, 역전세난 문제는 집주인 문제라기보다 세입자 문제다. 당장 세입자는 돈 받아서 나가야 하는데 돈을 못 받고 있다”며 “아마 올해 HUG가 보험수수료 등을 통해 돈을 엄청 벌어들일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