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원정낙태·불법행위 조장한다”

“낙태죄, 원정낙태·불법행위 조장한다”

기사승인 2019-02-15 13:02:30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와 임산부의 치료자로서 태아의 생명권도 존중하지만 여성의 건강권 역시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간선제산의회)가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에서 발표한 ‘인공 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해 대부분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불법으로 규정돼 산모와 의사가 범법자로 전락하는 현실을 조속히 개선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사연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결심하게 된 배경으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33.4%로 가장 많았고,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32.9%, ‘자녀계획에 따라서’가 31.2%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형법에서 모자보건법 상 낙태를 허용한 ▲임산부의 우생학적 측면 ▲강간이나 준강간,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이나 친족 간의 임신 ▲임산부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를 제외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불법으로 보고 산모와 의사를 처벌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법이 완벽히 이행될 경우 2017년 4만9764건에 달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대부분이 불법행위에 따른 처벌대상인 셈이다. 더구나 인공임신중절 허용사유에 태아의 심각한 질병이나 선천성 기형 등 태아에 관한 내용이 빠져있어 산모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칠 위험도 있다.

이에 간선제산의회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예외적으로 낙태가 허용되는 적응증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사회경제적 사유에 해당한다. 더구나 불완전한 법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임산부는 수술을 해줄 병원을 찾느라 헤매는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건강권의 상실, 모성사망의 증가, 원정낙태 등 사회적 혼란과 갈등, 낙태의 음성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더 증가할 것”이라며 “모성건강을 위하는 측면에서라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 개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의사들은 위법인 줄 알면서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있다. 낙태의 허용여부를 떠나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해 깊은 고민 없이 의사를 처벌하려는 전근대적 사고와 규정은 하루빨리 개정돼야한다”며 의사의 입장에서도 낙태죄 개정은 필요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나아가 낙태건수가 줄고 있는 이유 중에는 간선제산의회 등의 건전한 성생활을 위한 교육도 기여하고 있는 바가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피임교육과 성교육, 미혼모 출산지원이나 싱글맘 지원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 확대에도 힘써야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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