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시장 규제책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게 있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대출규제로 인해 역전세난, 깡통전세 등의 문제가 야기되면서 HUG가 운영하는 세입자 전세보증보험 가입수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수익이 날 것이라는 입장과, 경기가 안 좋은 만큼 손해를 볼 거라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15일 HUG에 따르면 올해 1월 보증보험 가입 수는 전년 같은 기간(4461가구)과 비교해 2배 증가했다. 가입금액도 지난해 9월 1조3490억원에서 지난달 1조7766억원으로 31.6% 증가했다. 무엇보다 HUG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반환한 대위변제금액은 2017년 3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83억원으로 18배나 증가했다.
또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신규 가입금액은 19조367억원으로 전년대비(9조4931억원) 2배 이상 늘었다. 가입 가구수도 8만9351건으로 전년(4만3918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은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보증보험 가입자 수가 증가한 이유로, 정부의 대출규제로 인한 세입자들의 불안 심리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재로썬 깡통전세가 발생할 시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은 HUG나 SGI서울보증보험에서 운영하는 전세보증제도가 유일하다”며 “세입자 입장에서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HUG에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보증보험을 통해 발생한 보험수수료는 온전히 HUG 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보증보험금이 쌓여가는 만큼, HUG가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보는 시각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깡통전세, 역전세난 문제는 집주인보다 세입자 문제가 크다”며 “당장 세입자는 돈 받아서 나가야 하는데 돈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올해 HUG가 보험수수료 등으로 돈 꽤나 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보증보험 받을 수 있는 데가 HUG와 서울보증보험 뿐인 만큼, 두 회사가 이득을 보는 건 모르겠지만 돈이 많이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험금이 늘어도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주장도 동시에 존재했다. 올해 부동산 경기가 원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는 “보증보험 수수료로 수익이 날 경우 정부가 보증해준 게 아니기 때문에, 온전히 HUG측 수익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깡통전세 문제가 나타나는 것처럼, 올해 부동산 경기가 안좋기 때문에 외려 적자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도 “흑자로 보긴 어렵다. 보증보험은 요율산정이 명확히 안 되어 있고, 애초에 국민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에 큰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경기가 좋을 땐 당연히 수익이 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어려울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HUG는 부동산 시장에 원체 변수가 많은 만큼 올 하반기가 돼봐야 그 수익여부를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또 수익이 난다고 하더라도, 해당 금액은 보험에 필요한 경비 등에 우선 지출되고, 정부 지침에 따라 어떻게 처리될지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서석민 HUG 팀장은 “HUG가 운영하는 수많은 보증상품이 있는데, 모든 상품에서 이익이 난다고 볼 수 없다”며 “보증료(수수료)는 보증상품을 이용하는데 필요한 경비나 손실률 등을 반영해 메꾸는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료는 결산에 들어가는데 여기서 당기순이익이 나면 해당 금액을 주주에 배당할지 정부에 배당할지, 처리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며 “직원들 급여와 같은 경우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상되거나 깎이는 구조다. 수익이 난다고 해서 무조건 돈을 더 주거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