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리병원 논란,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제주영리병원 논란,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기사승인 2019-02-18 10:54:57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허가받은 녹지국제병원의 ‘외국인 전용’ 개설 허가조건을 둘러싼 제주도와 녹지그룹의 예견된 소송전이 결국 벌어지게 됐다.

녹지국제병원의 사업시행자이자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개설신청기일인 3월 4일을 보름여 앞둔 지난 14일,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지방법원으로 녹지그룹이 접수한 소장에서 “2018년 12월 5일 본사에 대하여 한 외국의료기관(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중 ‘허가조건인 진료대상자를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위법이라고 주장한 근거나 이유에 대해서는 별도로 서술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17일, “외국의료기관(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내국인 진료제한은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할 마지노선이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원칙을 지켜내겠다”며 “전담법률팀을 꾸려 녹지측 소송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소송전으로 비화될 것을 예견한 듯 “이미 관련 법률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내·외부 법률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왔다”고 말하며, 녹지 측이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의료서비스 제공’이라고 사업방향을 명기한 사업계획서 일부와 내국인 진료제한의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제시했다.

영리병원 개설로 인해 의료영리화 등 국내 보건의료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해야한다는 도내·외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제기해온 우려에 뜻을 같이한다고도 말했다. 나아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이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규정을 명문화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제주도의 이 같은 입장발표에도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성명을 통해 우려를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소송 대응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복지부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진료제한조건은 진료거부를 금지하는 의료법 15조에 배치돼 소송에 패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들은 “대다수 법률 전문가들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한 의료법 15조를 근거로 조건부 허가가 소송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라며 “제주도가 행정소송에서 지게 되면 영리병원에 대한 진료제한의 빗장이 완전히 열리게 되고 소송대참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첫 단추를 잘못 꿰며 위험천만한 사태를 자초했다”며 “공론조사위원회가 내린 개원불허 권고를 수용하고 사업포기 의사를 밝힌 녹지그룹의 병원인수 제안을 받아들여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하게 올바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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