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부산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대림산업·삼성물산 등 10대 건설사들의 분양 각축전이 예상된다. 분양이 대거 몰린 이유는 수년 전 비슷한 시기에 수주가 이뤄졌던 지역들이 동시에 재건축·재개발 시기를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같은 대량공급에 따른 미분양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부산 일부 지역은 여전히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어 있을뿐더러,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 등으로 인해 거래절벽이 심하기 때문이다.
20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산 분양 예정 아파트 1만2524가구 중 10대 건설사가 8115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체 물량의 약 65% 수준이다. 전국 분양시장과 비교하면 부산의 10대 건설사 물량 쏠림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상반기 전국 분양 아파트(19만7344가구) 가운데 10대 건설사가 공급하는 단지는 49.3%(9만7665가구)에 달한다. 부산에서 분양에 나서는 10대 건설사 분양물량 비율이 전국 대비 15% 이상 높은 것이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이 수년 전 정비 사업을 비롯한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전의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로 상반기 부산에서 분양에 나서는 10대 건설사의 6개 단지 중 4개 단지가 재건축·재개발 단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음달 동래구 명륜동에서 힐스테이트 명륜 2차를 공급한다. 874가구 100% 일반분양분이며 전용면적 84∼137㎡로 구성된다. 대림산업은 오는 4월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전포 1-1구역 재개발 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용면적 39∼107㎡, 총 1401가구 규모로 이중 853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또 삼성물산은 5월 부산진구 연지동에서 부산 연지2구역 재개발 아파트를 분양한다. 전용면적 51∼126㎡, 총 2616가구 규모로 이 중 1360가구가 일반에 공급될 예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부산 상황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충성도가 어느 곳보다 높은 곳”이라며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 물량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4베이 등 신평면 적용 등 상품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도급사업도 주목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대출규제로 인한 미분양 리스크가 존재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조합원분의 물량이 보장돼있지만, 그 외 물량에 한해서는 돈 많은 부자가 아닌 이상 집을 구매할 수 없을 거라는 설명이다.
또 부산시 해운대구·동래구·수영구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에 해당한다. 조정대상지역은 집값 상승률이나 청약 경쟁률이 높아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에 지정된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배제되는 등 세금 규제가 적용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와 청약 1순위 자격이 강화된다. 더군다나 정부는 올해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를 대상으로 종부세율을 최대 3.2%까지 올리는 등 다주택자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다만 진구·남구·연제구·기장군(일광면) 등 4곳은 최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아무래도 부산 진구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에서 최근 해제가 됐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해 똑똑한 한 채를 선호하는 흐름상 분양성적이 나쁘지 않을 거라 전망한다”며 “다만 정부의 대출규제가 이뤄지면서 사실상 돈 많은 사람들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는 구조가 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의 리스크는 모든 건설사가 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도 “대출규제의 영향으로 부산도 대규모 단지 분양이 이뤄질 경우 미분양 우려가 충분히 있다”며 “다만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입주물량이 어느 정도는 보장돼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에서도 집값이 높다는 해운대구도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은 전체적으로 하락궤도에 있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