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지난해 동기대비 35% 가량 줄며 해외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해외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토목·건축분야에 대한 부족한 경험, 중국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저가 수주 공세 등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해외 신도시 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해 민간 건설사들의 수주실적을 견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건설사 및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21일 기준 약 34억5053만 달러치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1억7567만 달러)보다 35% 가량 줄어든 수치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에서 가장 많은 16억9118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어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각각 5억952만 달러와 2억8273만 달러를 수주했다. 미국과 인도, 베트남에서도 1억 달러 이상의 공사를 따냈다.
공종별로는 건축이 20억3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토목공사가 7억6000만 달러, 산업설비는 4억5000만 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나머지는 전기와 통신 공사, 용역 등이다.
지금까지 해외 수주를 가장 많이 한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2월 21일까지 총 15억 달러를 수주했다. 이어 삼성물산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9억6000만 달러와 3억 달러를 수주했다. 하이엔텍과 리트코, 현대엔지니어링, 은성오엔씨,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 10위권 안에 들었던 SK건설, 쌍용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은 올해 아직 2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시장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지 못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국내 건설사 특성상 해외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토목·건축분야에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최근 중국 건설사를 중심으로 저가 수주 공세가 심한 만큼 원체 진입장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도 적절한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최근 해외 건설의 흐름은 중국 업체를 위주로 한 저가공세가 상당하다”며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은 있는데 일단 진입장벽이 높고, 장벽을 뚫고 들어간다고 해도 저가수주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과거 국내 건설사들은 플랜트 위주로 성장한 만큼 해외시장에서도 플랜트 수주를 많이 맡았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해외건설시장에서 제일 큰 분야는 전체 80% 이상을 차지하는 토목과 건축이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건설사 특성상 뛰어난 기업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건설의 경우 “올해가 시작한지 아직 두 달도 채 안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현재 플랜트, 토목, 건축 쪽으로 사업을 계속 발굴하고 있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주52시간근로제 등으로 인한 인력감소도 해외사업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최근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을 접는 추세다”라면서 “사업도 없고 주52시간제 등으로 인한 인력감소가 그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시간제를 지키지 위해 인력을 교대로 돌려야 하는데 인력 충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근로자 한명을 보내는 인건비만 해도 엄청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예정된 신규 수주가 적다는 문제도 있었다. 수주 통계에는 새로 계약한 것과 기존 계약 건의 공사비 증액분이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수주한 33억5600만 달러 중 올해 새로 계약된 건은 3.4%인 1억14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업계는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시티 등 해외 신도시 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민간 건설사들을 견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상 도시개발이 이뤄지면 해당 도시 인프라 조성사업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건설의 경우 워낙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이 크다. 과거엔 국내 건설경기가 좋지 않을 때 건설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서 수주를 하고 수익을 얻기도 했지만, 최근엔 중동 지역에서도 발주량이 있지도 않고 사업형태도 투자개발형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이 선두에 서서 스마트시티라든지 신도시 개발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민간 건설사들도 그에 따른 수주도 늘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