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으로 이룩된 것이므로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그 정신을 기억하고 선양하며 이를 정신적 토대로 삼아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국가보훈의 기본이념으로 한다.”
이는 2005년 제정된 ‘국가보훈기본법’ 제2조 기본이념으로, 국가를 위한 유공자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그에 대한 예우를 다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통합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법을 집행하는 국가보훈처나 유관기관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공자가 유공자인지조차 모르고, 유공자임을 알지면 정작 국가에서 어떤 도움이나 예우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조사결과가 지난해 나왔지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실제 온-나라 정책연구 사이트인 ‘프리즘(PRISM)’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9월 14일 이영재 한양대 학술연구교수를 책임연구원으로 하는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연구’ 결과보고서가 한양대산학협력단의 이름으로 국가보훈처 보상정책과에 제출됐다.
연구진은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를 통해 지난해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민주유공법’ 제정과 관련한 국민들의 인식조사에 나섰다. 방식은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09%p의 전화면접조사로 진행됐다.
그 결과, ‘독립유공자·상이군경 등 국가유공자와 같이 5·18 민주화운동 등 관련자들을 보훈대상자로 예우하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9%는 ‘모른다’고 답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와 경북지역은 ‘모른다’는 답변이 61.7%에 달했다. 나머지 지역도 모른다는 답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한길리서티는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12일간 국내 거주 민주화운동 관련자 118명을 대상으로 신뢰도 95%에 표본오차는 ± 9.02%포인트의 1:1 직접면접조사도 진행했다.
질문은 일반 국민과 같았고, 결과는 응답자의 21.1%는 ‘모른다’고 답했다. 지역별 조사에서 충청권 지역은 안다와 모른다가 절반씩을 차지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조차 5·18 유공자가 보훈대상자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2000년부터 민주화보상법의 제정 이후 약 18년여간 정부차원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이 진행됐지만 국민의 59.8%는 이를 모르고 있었고,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를 보훈대상자로 예우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61%도 민주화 세대라고 할 수 있는 40대(64.3%)와 50대(66.9%)가 많았다”고 풀이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비단 5·18 유공자나 민주유공자 만의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군이나 경찰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 몸을 다친 상이군경부터 독립유공자 등 보훈처가 관리하는 국가유공자 혹은 그 대상자들이 국가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고 받을 수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한 국가유공자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때부터 보훈처와 날을 세워고 싸워야한다. 유공자로 어렵게 인정을 받은 후에는 어떤 예우를 받을 수 있는지, 어디서 어떤 것들을 신청하고 알아야하는지 알려주는 이들조차 없다. 군에서 얻은 상처치료도 지원되는지 몰라 한동안 내 돈 내고 병원을 다녀야했다”면서 “내가 유공자로 대우받는 게 맡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