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9월, 예비부부 및 5년 이내 혼인한 신혼부부의 주거지원을 위해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잘못된 설계로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극히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18년 7월 발표한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방안’의 후속조치로 지난해 9월 28일 신혼부부·有자녀 가구, 청년 가구 및 한부모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도시기금 구입 및 전세대출 제도를 대폭 개선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의 일환으로 국토부가 내놓은 이번 개편 방안 중 하나인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대출’은 수도권의 경우 보증금이 3억원 이하이며 전용면적 85㎡ 이하인 집에 한해 최대 2억원의 한도 내에서 보증금의 80%를 최저 연 1%에서 최대 연 2.1%의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공개하지 않은 숨겨진 제한조건들과 혼란스러운 안내로 신혼부부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좌절해 은행문턱에서 돌아서야하는 경우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결혼 4년차인 한 부부는 조만간 2년의 전세기간이 만료돼 이사 갈 집을 알아보던 중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대출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이 공개하고 있는 조건에 따르면 받지 못할 사정이 없었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확인결과 대출이 거절된 이유는 지금의 전셋집으로 이사를 오며 받은 전세자금대출 때문이었다.
주택도시기금 담당자는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기존 대출의 상환을 전제로 대출이 이뤄지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신규대출만 가능해 만약 기존의 전세자금대출 등이 있다면 이를 모두 상환한 후 대출을 신청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담당자의 말대로라면 이미 전세자금대출과 같은 유형의 빚을 모두 청산해야만 신청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이는 결국 신혼부부라 할지라도 대출금을 일시적으로나마 상환할 수 있을 정도의 현금자산을 융통할 수 있는 이들이나, 거주하고자 하는 지역에서 대출을 받지 않고 거주할 수 있었던 이들에 한해 대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전세자금으로 원룸이라도 얻었던 이들이 결혼과 함께 대출을 받으려 해도 대출금을 모두 갚기 전에는 신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들 부부는 “주택기금이나 국토부, 은행의 안내장 어디에도 이런 조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정작 대출이 필요한 이들이 아닌 돈이 있거나 융통할 수 있는 여유있는 이들을 위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여기에 전세자금대출 한도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의 경우 3억원의 보증금 내에서 최대 80%까지 지원한다고 하면 2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야하지만 최대 2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금액도 문제지만 그조차 말장난처럼 곳곳에 제한사항을 숨겨둬 지원하면서도 욕먹는 정책이 되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