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침해 논란’ 산청 모 장애인 거주시설…사실로 드러나

‘인권 침해 논란’ 산청 모 장애인 거주시설…사실로 드러나

기사승인 2019-02-26 11:24:11



비리‧갑질 의혹에 이어 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된 경남 산청군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 관련 기관이 조사한 결과 거주자 인권 침해가 사실로 확인됐다.

조사 기관은 장애인 학대 예방 등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해 운영 중인 ‘인권지킴이단’도 제역할을 못해 유명무실했다고 지적했다.

◇산청 모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어떤 일이?

지난해 11월15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는 산청군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했던 직원들과 이 시설에 자녀를 맡겼던 부모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들은 이 시설의 내부 비리와 갑질 의혹을 이날 폭로했다.

특히 이들은 뒤떨어진 인권 의식을 지적했다.

이들은 “이 시설에 있는 장애인 거주인은 남성 20명, 여성 15명으로, 남성은 남성지도사가 목욕 등을 시켜야 하는데 남성지도사가 없다보니 남성 거주인들의 목욕도 여성지도사들이 도맡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리 지적장애라 해도 의식이 있고 표현을 못해도 부끄러웠을 것이며, 목욕을 시킬 때 남성 거주인들의 신체적 변화 때문에 여성지도사들도 매번 곤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또 무더운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고, 추운 겨울에는 난방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이 때문에 여름에는 아이들이 땀띠를, 겨울에는 동상에 걸려 연고를 발라주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뿐만 아니라 방안에 가두고 식사량을 줄이는 등 학대 정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시설 원장은 누워 지내는 뇌병변 1급 장애 거주인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말라고 지시해 3개월 동안 바깥구경 한번 제대로 못하고 방에만 있어야 했다”면서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한다고 하며 밥도 조금만 주라고 했다. 23㎏ 정도였던 이 학생은 몸무게가 3~4㎏ 빠지면서 건강도 악화됐다”고 했다.

이들은 이 시설의 비리와 갑질이 계속된 데에는 행정기관과 경찰의 안이한 대응도 한몫했다며 성토했다.

내부적으로 쉬쉬해오던 문제가 하나둘씩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경남도는 지난해 12월 이 시설에 대해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경남도 감사 결과 이 시설은 보조금 문제 등 13가지 지적 사항이 적발됐다.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이 사안과 관련해 경남도에 ‘내사 중’이라며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1년이 다 돼가도록 경찰에서는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경찰은 지자체에서 수사의뢰 요청이 들어와서 정식 수사에 착수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 제보자들의 폭로 기자회견 후 수사에 착수한 모양새여서 시선이 곱지 않았다.

◇경남도장애인권옹호기관 “해당 시설 인권 침해 사실로 확인”

내부 제보자들의 폭로 기자회견 3달여 가 지난 26일 경남도장애인권옹호기관이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설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장애인권옹호기관은 2015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 학대에 대한 예방과 피해 장애인 지원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경남도장애인권옹호기관은 ▲남녀 거주인 혼방(혼숙) ▲남성 거주인의 여성생활재활교사 목욕 ▲시설 냉난방 미흡 ▲적절한 음식 미제공 거주인 현저히 체중 감소 ▲독소조항 포함된 불공정 서약서 작성 등은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금지행위’, ‘장애인 거주시설의 서비스 최저기준’,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자의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내부 제보자들의 폭로 내용이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로 재확인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해당 시설 측에서는 ▲중증장애인 돌봄에 한계가 있어 혼방(혼숙) 할 수밖에 없었고 ▲남성 생활재활교사를 채용하기 어려워 부득이 여성 교사가 목욕시켰으며 ▲냉난방은 적정 수준으로 제공 ▲서약서는 해당 거주장애인이 밥 먹는 도중 목에 걸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등 어쩔 수 없이 이 거주장애인에 한해서만 서약서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시설 측은 이 같은 행위들이 ‘장애인 학대 행위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항변했다고 했다.

하지만 경남도장애인권옹호기관은 정부로부터 지원 받아 운영하는 시설로서, 관계 법령이나 규정, 지침에 따른 서비스를 적정하게 제공하지 못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특히 장애인 학대 등 인권 침해 예방이 주목적이지만, 시설 측과 사실상 한통속으로 유명무실했다고 지적된 ‘인권지킴이단’에 대해서도 제역할을 못했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장애인권옹호기관은 지자체에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행정 조처를 촉구했다.

산청=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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