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 그로 인해 완치가 힘들다는 ‘간암’에서 다학제 진료가 생존율을 끌어올리고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소화기내과 백승운, 영상의학과 임효근 교수 연구팀(제1저자 신동현 소화기내과 교수, 최규성 이식외과 교수, 박희철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이 2005년부터 2013년 사이 간암진단을 받은 환자 6619명을 대상으로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라고 26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환자를 다학제 진료를 받은 경우(738명)와 그렇지 않은 경우(5881명)로 나눈 뒤 장기 생존율에 있어 차이가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1.2%로, 그렇지 않은 환자 49.4% 보다 높았다.
두 집단의 나이와 성별, B형 간염 여부, 암 진행상태 및 진단 시점 등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 통계적으로 보정해 비교분석한 결과도 다학제 진료 그룹의 생존율이 71.4%, 그렇지 않은 그룹이 58.7%로 유사했다.
더구나 다학제 진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사망 위험도를 계산했을 때 다학제 진료만으로 사망위험을 33% 가량 줄일 수 있다고 분석됐다. 특히 이러한 효과는 간암이 진행형이거나 간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데 대해 연구팀은 간암의 치료법이 다른 암에 비해 복잡하고, 선택 가짓수도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모여 치료방향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간암 치료에 다학제가 왜 필요하고, 환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면서 “다학제 진료가 간암 진료에 완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간암학회는 2월 2일 ‘간암의 날’을 기념해 최근 간담회를 갖고 간암의 위험성과 비만과의 관계를 밝히고 예방을 위한 비만관리를 강조했다. 간암발병의 3대 요인 중 하나인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은 나머지 두 요인인 B형간염과 C형간염에 영향을 미쳐 간경변증과 간암 발생률을 증가시킬 수 있고, 지방간만으로도 발병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학회가 비만과 간암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29개 논문을 분석한 결과 비만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간암 발생률이 1.69배, 간암 사망률이 1.61배 높았다. 더구나 비만의 정도가 심할수록 간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식생활의 변화와 함께 비만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신촌세브란스병원 이현웅 교수(학회 기획이사)는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의 비만은 간암의 발생과 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비만이 심해질수록 간암의 발생과 사망률은 더욱 증가한다 ▲만성바이러스성 간염이 비만과 동반되면 간암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로 연구결과를 정리했다.
이에 윤승규 간암학회장은 “비만이 더 이상 개인의 질환이 아니다. 비만관리가 애국이고 국가 예산을 줄이는 방법이다. 국가 보건정책의 주요 목표로 비만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먹방의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가볍게 생각하고 국민인식이 높진 않지만 문제가 심각하다. 국가정책결정에서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뜻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