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 주택사업장이 HUG의 후분양대출보증을 최초 승인 받으면서, 기존 주택사업 분위기가 선분양제에서 후분양제로 바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최근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높게 산정된 고분양가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시켜줄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또 국민의 알 권리가 강조되고 있는 시장의 흐름 상 당연한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건설사 등 사업자 입장에서는 분양이 1~2년 뒤에 이뤄지는 만큼 전보다 높은 사업 리스크가 동반된다고 우려했다.
◇HUG, 후분양제 최초 승인=HUG에 따르면 지난 22일 준공 후 전체 세대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 주택사업비 조달을 지원하는 후분양대출보증이 최초 승인됐다.
HUG의 후분양대출보증은 주택사업자가 주택의 일부나 전부를 공정률 60% 이상이 되는 시점 이후 분양하는 사업에 대해 주택건설자금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보증이다.
이번 보증이 승인된 경기도 평택 칠원동 평택 신촌지구 A3블럭 사업은 아파트 전체 1134가구를 준공후인 2021년 8월 분양하게 되며 후분양대출보증을 통해 총분양대금의 약 70%를 조달했다.
앞서 후분양제는 아파트 하자 분쟁을 줄이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얘기가 나왔다. 또 일각에선 후분양제 도입 시 입주 후 매매차익을 기대하고 무리한 청약에 나서는 사례가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간 후분양제 도입이 지지부진했던 건 자금 조달 문제 때문이었다. 건설자금의 60%이상을 PF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후분양 주택사업은 사업자의 높은 금리(6~10%) 부담으로 그간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HUG가 자금 조달을 일부 지원하면서 이러한 부분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HUG 후분양대출보증을 통해 금리를 3.5~4% 수준으로 낮춰 자금조달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또한 HUG는 지난해 9월 보증대상(총 세대의 60%→100%)과 한도(세대별 분양가 60~70% 차등→70%로 일원화)를 확대했다. 금리 부담을 낮추고자 후분양 표준PF 금융기관을 선정하는 등 민간 후분양 활성화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전문가들 ‘기대 반 우려 반’
이에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다소 높게 산정된 고분양가나 국민의 알 권리 등 사회 전반적인 흐름상 후분양제로 가는 방향성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건설사 등 사업자 입장에서 1~2년 후의 시장 상황을 예측해야 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 문턱이 다소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로 가면 서울 고분양가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지도 모른다. 분양가라는 게 주변 시세를 바탕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라며 “서울 강남의 고가아파트는 분양가와 시세와의 갭이 크다. 분양가는 4000만원~4500만원 사이인데, 시세는 7000만원 가까이 나온다. 이럴 경우 후분양으로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주택사업자가 후분양제를 선택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자금 조달이었다. 이 부분이 해결되면 사업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면서도 “후분양제의 경우 1~2년 뒤 시장을 예측해야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사업을 쉽게 시작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분양제는 현재 부동산시장이 좋으면 분양이 잘 되기 때문에 사업자 리스크가 크지 않지만 후분양제는 가격 결정 구조 하에서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가 있다”며 “다만 소비자의 알 권리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건설사들이 후분양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후분양제는 시공 품질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후분양제가 분양시점의 가격과 임주시점의 가격 격차를 해소시켜줄 수는 있지만, 본래 후분양제의 목적이었던 건축물의 품질 개선은 크게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정수준) 60% 선에서 후분양을 실시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후분양제를 활성화시킨다고 해도 분양시점의 가격과 입주 시점의 가격 차이를 줄인다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며 “본래의 후분양제가 갖고 있는 목적인 건축물의 품질 담보가 소비자 공급 측면에서는 일부 미흡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