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두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탈(脫)원전 정책’, ‘망국적 포퓰리즘’ 등으로 일컬어지며 연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실 정책 자체가 급진적이지는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인 2022년 5월까지 신한울 1, 2기, 신고리 4.5기 등 원자력발전소는 되려 4기 늘어난다.
아울러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도 다른 국가와 비교 했을 때 ‘안전 운전’에 가깝다. 정부는 2016년 기준 30%인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6%포인트 감소시켜 24%로 낮춰보자는 입장이다. 또 원자력발전이 줄어드는 만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늘려 보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큰 맹점이 있다. 먼저 수십조원이 투자된 에너지 전환 정책의 결실이 중국기업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민간 태양광 시공·발전 사업자들은 태양광 발전소 시공을 하면서 저가·저품질 중국산 태양광 모듈을 쓰고 있고, 이는 중국 태양광 업체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비중은 2014년 17%대에서 지난해 33%로 급격히 늘어났다. 정부 주도 에너지 정책임에도 중국기업만 이득을 보는 결과가 나오니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전 국민적인 합의라고 볼 수 있는 컨센서스(consensus)가 전혀 안 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현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정책 타당성 이전에 정상적인 결정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부, 국회, 국민적 합의를 모두 뛰어넘고 대통령의 의지라는 단 하나의 ‘명분’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기치로 내건 ‘국민과 함께 간다’와 정면충돌하는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의 힘으로 출범한 현 정부가 일방통행적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영토 대비 원전밀집도 1위다. 원자력발전은 태생적으로 치명적 한계인 감당하지 못할 사고위험과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문제 등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초래하고 있는 문제도 분명하다.
보완재로 내세운 재생에너지 사업은 중국기업의 배를 불리고 있고, 에너지 전환 정책은 국민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가 국민과의 정책 공론화를 거부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늪에 빠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에너지 정책을 자신감 있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좀더 떳떳이 정책 공론화에 나서고 에너지 전환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