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뇌전증 환자에게 대마 성분 의약품을 투여했을 시 50% 이상 발작 횟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및 뇌전증 중첩증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확인됐다.
강훈철 연세의대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7일 열린 제9회 식품‧의약품 안전 열린포럼에서 소아뇌전증을 중심으로 대마성분 의약품 임상효과를 발표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뉴욕 의대 Orrin Devinsky 박사가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대마 성분 의약품을 사용한 뇌전증 환자의 한달 평균 발작 횟수가 절반 정도 감소했다.
연구팀은 뇌전증 환자 61명에게 대마 성분이 함유된 에피디오렉스(epidiolex)를 투여하고, 59명에게 위약을 투여했다.
그 결과, 에피디오렉스 사용자의 5%는 발작 증상이 완전히 조절됐고, 위약에서 발작 조절 효과를 본 환자는 없었다. 에피디오렉스 사용자 43%는 운동발작이 감소했고, 한 달 평균 발작 횟수는 12.4회에서 5.9회로 크게 줄었다. 반면 위약 사용자는 27%만이 운동발작 감소 효과를 봤으며, 한 달 평균 발작 횟수는 14.9회에서 14.1회로 감소했다.
강 교수는 “연구 결과, 에피디오렉스와 위약군간 발작 완전 조절, 삶의 질, 수면장애유발, 구토유발 등에 대해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지만, 뇌전증 발작 횟수 감소에 대해서는 차이가 확인됐다”며 “사망이나 뇌전증 중첩증 등 에피디오렉스 부작용은 드물게 보고 됐고, 연관성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브란스병원에서도 진료를 받고 있는 뇌전증 환자 1만명 중 1000명에게 대마 성분 의약품을 투여한 결과, 미국에서 발표한 임상결과와 대동소이했다”며 “10명 중 1명은 완전히 발작이 멈췄고, 2~3명은 발작 증상이 줄었다”고 말했다.
과거 간질로 불리던 뇌전증은 한국 인구의 약 1% 정도가 앓고 있으며, 약 20~30%는 약물로 치료가 안 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다. 뇌전증에도 레녹스 가스토우 증후군, 드라벳 증후군 등 30여가지 종류가 있으며, 치료법에는 항뇌전증약물, 수술, 케톤식이요법, 미주신경자극술 등이 있다.
소아에서는 뇌전증에 의한 정신지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효과가 높은 케톤식이요법을 주로 시행한다. 케톤식이요법은 금식에 의해 나타나는 항경련 작용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치료법이다. 지방은 많이 섭취하고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적게 섭취한다.
이때 사용되는 기름 종류에는 올리브, 카놀라 등이 있으며, 대마에 있는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도 사용된다. 이에 일부 뇌전증 치료제에는 CBD 등 대마 성분이 함유돼 있다.
그간 전문가들은 뇌전증 환자의 대마 성분 의약품 치료에 대해 85%의 환자에서 50% 이상 발작 감소 효과가 있다고 보고해 왔으며, 특히 소아뇌전증 환자의 치료 효과가 높다고 알려왔다.
강 교수는 “그러나 새로운 치료는 주의 깊게 지속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평가돼야 한다”며 “특히 소아뇌전증에서의 대마성분 의약품 효과는 향후 지속적인 연구과 관찰이 필요하다. 다른 치료와의 효능 및 부작용를 비교하고, 더불어 비용 문제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