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 영리병원, 한중 갈등 불씨되면 어쩌나

[기자수첩] 제주 영리병원, 한중 갈등 불씨되면 어쩌나

기사승인 2019-03-05 01:00:00

지난해 12월 중국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가 캐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중국과 캐나다는 외교 분쟁에 휩싸였다. 중국이 미국을 위시한 서방 대부분 국가와 중국 간에 새로운 형태의 무역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칫 중국과의 외교 마찰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제주도와 중국 최대 국영 부동산 개발기업인 녹지그룹간의 소송 전이 그것이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녹지그룹은 지난 1992년 7월 설립된 이래 중국 70여개 지역에서 대단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그룹의 연매출은 4021억 위안(한화 71조원)에 달했다. 세계기업순위 300위안에 포함되는 녹지그룹의 규모와 영향력은 간단히 무시하고 말 상대가 아니란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녹지그룹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이들이 제주 서귀포시에 조성할 헬스케어타운 개발에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에는 카지노와 병원, 리조트가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사드(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THAAD) 사태로 인해 된서리를 맞았다. 

공사는 차일피일 미뤄지다 현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병원은 가까스로 완공이 됐지만, 국내 첫 영리병원이 추후 의료 영리화의 빗장을 열지 모른다는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러한 우려는, 그러나 삽을 뜨기 전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과거 정부가 빗장을 연 영리병원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논란의 불을 지핀 장본인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다.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 5일 “13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면서 “녹지국제병원 개설에 조건을 걸고 이를 위반하면 ‘허가 취소’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진료 대상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제한하고, 진료 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로 제한하되, 위반하면 ‘허가 취소’ 등 강력한 행정 처분을 단행하겠다고 공헌했지만, 녹지그룹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란 ‘순진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녹지그룹은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내국인 진료 제한은 의료 수익 적자가 불 보듯 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원 지사가 조건부 개설 허가 명분으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과 국가신인도 저하’, ‘사업자 손실에 따른 손해배상과 토지 반환 소송’ 등을 내세운 것을 감안하면, 되레 개설 허가 이후 우려의 상황이 더욱 불거지고 만 것이다. 

의료법에 따라 4일 녹지국제병원은 진료를 시작해야 하지만, 국내 의료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란 지탄을 감수할 의료진이 나타날 리 만무했다. 같은 날 제주도가 개설 취소 등을 고려한 청문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고, 향후 병원 측은 청문 취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음 단계는 본격적인 소송으로 얼룩지리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번쩍거리는 대리석 바닥과 새로 마련한 집기들에 먼지가 쌓일 동안 지리한 법적 공방은 불 보듯. 애당초 조건부 개설 허가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제주도는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과 함께 중국 정부와의 마찰을 야기할 지도 모른다. 

외교 분쟁의 기본 정서는 ‘자국의 이익’이다. 더욱이 녹지그룹이 상하이시가 50%의 지분을 가진 국영기업임을 감안하면, 영리병원 문제는 예상치 못한 무역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엄중한 상황에서 뒷짐만 지고 있는 보건당국의 무책임은 어쩔 것이며, 제주도의 대책 없음은 도대체 누구의 문제일까. 어디에 책임소지를 요구해야 하느냔 말이다.      

그러기에 왜 영리병원 개설 허가는 해서 이 사단을 자초했는지….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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