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없어 소파‧대기실에 앉아 항암제 맞는 환자들

자리 없어 소파‧대기실에 앉아 항암제 맞는 환자들

공간 확충, 예약제 시행에도 환자 몰려…“대기시간 긴 도떼기시장”

기사승인 2019-03-06 04:00:00

# 지방의 한 대학병원 항암주사실을 이용하는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병원 항암주사실은 도떼기시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환자들이 침대, 소파형 등받이 의자, 등받이 없는 소파, 주사실 밖 일반 대기실 의자 등에서 항암제를 맞는데, 공간이 한정된 주사실에 환자와 보호자가 몰려 있어 가방 둘 데가 없을 정도로 복잡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환자들은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고, 고성의 항의가 여기저기서 나와 분위기가 살벌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간호사들도 애처로울 정도로 일하고 있고, 약이 바뀔까 걱정이 될 정도더라. 그만큼 암환자가 많다는 것을 느꼈고, 다른 병원도 이 정도인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외래에서 항암주사를 맞는 일부 암환자들이 병상이 아닌 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간 협소 문제로 베드(병상) 대신 주사치료실 내부에 비치해 둔 소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대기공간에서 맞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이러한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보건복지부 산하 암 전문 의료기관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외래환자가 몰려 병상이 아닌 안락의자, 대기실 등에서 주사 투여가 시행되는 현상이 벌어짐에 따라 항암주사실 확장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성모병원의 항암주사실(통원주사실)은 전체 59병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1인용 소파(arm chair) 16개가 비치돼 있다. 사전예약 또는 익일 예약의 경우 우선 베드로 배정하고, 그 외에는 주사실 입실 순서대로 베드를 배정한다.

베드가 차면 1인용 소파에 배정하는데, 1인용 소파마저 자리가 없으면 대기시간이 발생한다. 문제는 암환자의 항암주사 투여시간이 항암제별로 다르고, 길게는 6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대기시간도 그 이상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암환자 특성상 독성이 강한 항암제 투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영양제 투여, 휴식시간 등이 필요해 시간이 지연되는 상황이 나타난다. 이 병원의 항암주사실을 이용했던 한 환자는 “영양제를 맞춰달라는 환자들도 많았고, 기다리는 환자도 많았다. 사람이 많은 날에는 주사침을 미리 꽂고 대기실에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에는 치료를 위해 지방에서 온 환자들이 많아 1일 이상 대기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 대기실에서 주사를 맞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는 “대기시간이 발생하더라도 지방에 사시는 환자들은 그날 주사를 맞길 원하신다. 서울로 오기 번거롭고, 차 시간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희망하시는 분에 한해 대기실에서 수액을 먼저 투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암환자의 주사제 투여 지연, 영양제 처방 요구 등으로 인해 병상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부득이하게 일반 의자에서도 치료가 시행됐다”며 “이에 따른 여러 민원이 발생해 지난 1월 28일 11병상을 증설했다. 2월 평균 가동률은 105%로 혼잡과 불편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은 암환자의 불편을 줄이고 만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며 “1박 2일 정도의 단기입원 시스템은 없지만, 항암주사제 투여로 인한 부작용 등 환자 안전과 관련된 문제 발생할 시 집중 관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외래 진료 시 환자가 항암제 외에 요구하는 영양제 등 추가약제 처방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외래주사치료실에는 일평균 150~350명의 환자가 항암제를 맞기 위해 방문한다. 환자 1인당 항암제 종류에 따라 1~8시간 정도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예약 및 주사실 방문 순서대로 병상에 환자를 배정하고 이어 안락의자(리클라이너)에 배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락의자를 포함해 규모는 72병상이다.

암센터 관계자는 “아무래도 암환자만 몰리는 병원인 데다가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환자분들이 대체로 이해하고 참는 편이다. 센터에서는 주로 새로운 환자분께 주사실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먼저 오신 환자에게 침대 또는 안락의자를 배정하고 있고, 장시간 소요되는 경우 최대한 침대 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사실 확대 이전, 외래진료 일정 조정, 단순주사실 운영 등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환자가 대기하거나 불편하게 항암제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속병원을 증축하고 있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 등 공공성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주사실 여건 개선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향후 부속병원 건물의 리노베이션 추진을 통해 주사실 환경 개선 및 환자 편의 증대에 노력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들 병원 중 베드를 이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별도의 보상 등을 제공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센터 관계자는 “항암제 처방에 대한 수가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비 등에 대한 차이는 없다. 다만 공공기관이라 타 병원에 비해 진료비가 낮다”고 밝혔으며,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도 “특별히 제공하는 서비스는 없다.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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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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