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여진구가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찾은 해답

[쿠키인터뷰] 여진구가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찾은 해답

여진구가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찾은 해답

기사승인 2019-03-07 07:07:00

출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tvN 월화극 ‘왕이 된 남자’가 자체 최고 시청률 10.9%(닐슨코리아 제공, 유료플랫폼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이 작품의 중심엔 기대 이상의 연기를 펼친 배우 여진구가 있었다.

여진구는 극 중에서 임금 이헌과 광대 하선, 두 역할을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마치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것 같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압구정로 한 카페에서 만난 여진구는 “요즘 굉장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호평을 얻고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만은 아니다. ‘왕이 된 남자’를 통해 고민의 해답을 찾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시청률에 상관없이 제가 얻는 것이 많은 작품이라서 촬영하는 내내 행복했죠. 그리고 많은 스태프가 정성 들여 노력한 부분이 많은 분들의 인정을 받은 것도 좋았어요. 시청자분들께서 끊임없는 응원을 보내주셔서 지칠 줄 모르겠더라고요.”

2005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여진구는 올해로 15년 차 배우다. 15년간 그의 이름 앞엔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함께 출연한 배우 김상경이 제작발표회에서 “여진구의 인생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과언이 아니었다는 평이 많다. 결과적으로 1인2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지만,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촬영 전부터 이미 1인2역에 대한 각오를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했어요. 특히 연기하면서 이 장면이 어떻게 그려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힘들었죠. 상대 배우의 눈을 보고 감정을 교류하면서 연기해도 어려운데,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홀로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이헌과 하선이 호흡을 맞추는 장면, 즉 제가 저 자신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막막할 정도로 어려웠어요. 그런 장면을 연기할 땐, 기댈 수 있는 것이 저뿐이니 믿을 수 있는 것도 저뿐이었죠.”

오로지 나를 믿으며 연기한다는 것. 여진구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여진구는 이런 경험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고백했다. ‘왕이 된 남자’를 촬영하며 연기를 대하는 방식도, 역할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인물 분석과 연기만큼은 여진구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게끔 맡긴 김희원 PD의 믿음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배우로서 성장했다는 느낌을 실시간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왕이 된 남자’ 전까지는 현장에서 선배들이나 감독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나 압박감을 덜어내기도 했죠. 그런데 이번에 그게 결코 옳은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제가 확신이 있다면 누군가를 설득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연기와 역할에 대한 고민은 제가 온전히 짊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덕분에 20대 이후 찾아온 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왕이 된 남자’로 인해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여진구는 “그래서 요즘 굉장히 행복하다”고 웃음을 보였다.

“20대가 무서웠어요. 정확히는 이 시기에 찾아오는 시행착오들이 무서웠죠. 빨리 30대가 되고 싶단 생각도 했고요. 사실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들어왔지만, 제가 만족하지 못한 적도 많아요. 그래서 제가 20대 때 만나는, 새로운 것들 다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들지 않았고요. 하지만 ‘왕이 된 남자’를 통해 향후 몇 년간은 힘차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후로 힘들 땐 ‘왕이 된 남자’를 떠올리려고 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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