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거치자 수원 팔달구에서 매머드급 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대우건설과 GS건설이 시공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하는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다.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는 4086가구로 수원에서 최대 규모로 조성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가 줄면서 당첨만 되면 웃돈이 보장되는 이른바 로또아파트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러나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는 다르다. LH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분양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었다. 신규 수요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원주민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부의 각종 대출규제 등으로 인해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민 입장에서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13년의 기다림,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오는 8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분양일정에 돌입한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는 총 4086가구로 수원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중 797가구가 일반에 공급될 예정인데, 이 중 80%가 특별공급으로 배정된다. 때문에 청약통장 가점으로 분양을 받는 가구수는 160여개에 불과할 전망이다. 전체 가구수에서는 약 4%에 해당된다.
분양을 맡은 대우건설 이승훈 분양소장은 “일반 분양분이 전용 59~74㎡의 소형인데다 특별공급으로 대부분 배정될 예정”이라며 ”특별공급에서는 신혼부부를 비롯해 다자녀, 생애최초, 국가유공자 등 다양한 조건에 거쳐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단지는 2004년부터 민간 차원에서 뉴타운 건설사업이 추진되다가, 2006년 12월 정부 차원의 주거환경정비구역으로 변경됐다. 2007년 사업시행자로 LH(당시 대한주택공사)가 2012년까지 임대 및 분양아파트를 지을 예정이었다. 중간에 여러차례 사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좌초될 뻔한 과정도 겪었다. 고등동 주변은 극심한 슬럼화를 겪었고, 지역 경제는 낙후됐다. 이러한 과정을 겪어 무려 13년 만에 일반 분양까지 오게 됐다.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는 수원역에서 단지까지 10분 정도가 소요되는 트리플 역세권이다. 현재 지하철 1호선과 분당선을 비롯해 KTX까지 정차한다. 여기에 올해 수인선이 개통할 예정이고, 2021년 착공 예정인 수원발 KTX,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수원~양주 GTX C노선 등 굵직한 교통 호재를 가지고 있다.
또 편의, 문화, 교육 등 주거 여건도 잘 갖추고 있다. 단지 1㎞ 반경에 수원초, 화서초, 수원여고, 숙지초·중·고교 등 학교가 밀집해 있어 교육환경도 좋다. 단지 인근에 팔달공원과 숙지산, 서호공원 등이 있어 숲세권도 누릴 수 있다.
◇평균분양가 1310만원 “저렴한 분양가라 생각 안해”=수원역 푸르지오 자이는 기존 지역주민과 일반에 나눠 분양이 이뤄졌다. 앞서 지역민에 분양된 분양가는 3.3㎡당 1100만원대였다. 지역민에 한해 최근 전매가 가능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이다 보니 기존 주민은 등기 전까지 한 번 전매를 할 수 있었다.
특히 전용 84㎡의 입주권은 더욱 귀한 매물로 통한다. 기존 주민들만이 전용 84㎡를 갖고 있어서다. 전용 84㎡의 지역민 분양가는 3억7000만~3억8000만원 정도였는데,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반분양의 경우 평균 분양가는 1310만원이다. 여기에 원주민들에게는 발코니 확장이 무상옵션으로 제공되는 반면 일반분양의 경우 유상 옵션으로 들어간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물론 발코니 확장을 할 경우 붙박이장이 무상으로 들어가지만, 확장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형별로 최소 662만2000원~803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현장에서 만난 고객A씨는 “사실상 발코니 확장을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지금 이 방만 하더라도 확장을 하지 않을 경우 침대 하나 들어갈 수 없는데, 확장하면 붙박이장을 준다고 하지만 큰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동의 B중개업소 대표는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때 평균 분양가가 1600만원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분양이 잘 이뤄졌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의 1300만원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이지 절대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최근에 당연히 해야만 하는 발코니 확장 등을 하게 되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책사업이면 지역 주민 위해 조정대상지역 해지해야”=또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지역 주민이라는 의견도 많이 들려왔다.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가 들어서는 수원 팔달구는 최근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지정 돼 지역 주민의 경우 전매제한은 없지만 은행담보 대출은 최대 60%까지만 가능하다.
지역 주민에게만 허용된 전용 84㎡의 경우 평균 3억8000만원이 필요한 반면, 대출은 2억2000만원 밖에 받을 수 없는 셈. 이는 무주택자도 마찬가지다. 또 1주택자의 경우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2년 내 기존의 집을 처분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현장 인근에서 만난 팔달구 지역 주민은 “인근에 수원 장안구나 권선구의 경우 80~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팔달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팔달구 지역이 낙후된 지역이 많아서 이곳 지역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이곳에 새 아파트를 바라왔다”면서도 “이곳의 장점이라면 교통 정도지, 크게 투자가치가 있다거나 좋다고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역 주민이 3130여명 됐다. 통상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할 때 소식을 알릴 때 원주민들에게 일반우편, 등기우편으로 나누어 보낸다. 하지만 여기는 등기 없이 일반으로만 이뤄졌다”며 “등기로 보냈다면 중요한 거라는 인식이 있을 텐데, 그게 없다 보니까 사람들이 별거 아닌가 보다 하고 모르고 넘어간 것이다. 국책사업인 만큼 고객한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렸어야 하는데, 그 권리를 불이행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측에서도 이런 지역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공감하면서도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승훈 분양소장은 “사실 저희도 그들과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유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은 못하겠지만, 아마 개발호재가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변 분위기도 좋지 못했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부지 바로 맞은편에는 성매매업소가 위치해 있기도 했다.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번 분양을 시작으로 앞으로 차례대로 개선이 이뤄지기야 하겠지만, 현재로썬 이곳이 교통을 제외하면 살기 좋은 동네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