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을 하는 박모씨(40세)는 전세 만기가 돼 전보다 넓은 주택으로 옮겨 전셋집을 계약했다. 부족한 자금은 주거래은행인 A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얼마 후 거래처 사람으로부터 박씨처럼 무주택자인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버팀목 대출이라는 저렴한 전세자금대출상품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이 바빠 꼼꼼히 비교하지 못하고 대출을 받은 게 후회가 됐다.
이같은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출모집인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을 통해 대출모집법인과 대출상담사는 ‘1개의 금융회사’와 대출 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모범규준은 법적 구속력은 없는 권고·협조 등을 요청하는 행정지도다.
하지만 금융사 입장에선 자발적인 협력 형태라고 하더라도 강제력이 있는 규정과 다를 바 없다. 감독기관의 권고를 무시할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에서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1사 전속 제도는 금융시장의 관리감독을 위해 필요한 행정지도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조치”라며 “업무가 바쁘고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재무상태와 상황을 파악해서 맞춤형 상품을 권유해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경우 다양한 대출상품을 비교 분석해주는 전문직업이 있다. 미국에서는 ‘모기지 브로커’, 일본에서는 ‘모기지 어드바이저’, 영국에서는 ‘모기지중개사’로 불린다. 각 나라마다 이름은 다른지만 역할은 같다. 이들은 고객의 재무상태와 상황을 듣고 각 금융기관의 상품 중에서 고객에게 맞는 대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와 다른 점은 1사 전속이 아닌 모든 금융사의 계약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처리할 수 있다.
고성수 교수(건국대 부동산대학원)는 “선진국의 경우 정부에서 관리하는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가가 상담을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맞는 최적의 상품을 선택하게 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금융소비자의 효용 증대를 제도도입이 시급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정치권에서도 대출모집인 1사 전속 제도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선진국의 제도를 모방해서 대출상담사라는 직업을 만들었지만 ‘1사 전속’이라는 규제에 묶여 다양한 금융기관의 상품을 비교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서민을 위해 마련한 다양한 대출상품도 설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