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대책이 대형병원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비웃듯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십차례의 협박문자와 살해위협, 오물투척과 의료인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A의원을 처음 방문했던 환자 B씨가 기물을 파손하고 의료인과 직원을 폭행한 후 경찰로부터 약식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환자는 경찰의 약식명령을 무시하고 73차례에 걸쳐 협박문자를 보내고 살해위협을 했다.
심지어 지난 13일에는 지인을 환자로 위장시키고 본인은 마스트로 얼굴을 가린 채 보호자로 A의원에 동행해 진료실에 난입, 오물을 투척하고 진료 중이던 의사를 넘어뜨려 발로 가슴을 가격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B씨는 허리가 아파 A의원을 찾았다. 문제는 통증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주사 한 대를 놔달라는 주장을 한 것. A의원 원장은 이를 들어줄 수 없다며 B씨에게 진통제를 처방할 수는 있지만 일시적일 뿐, 통증이나 질환이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B씨가 불만을 품고 의료인과 직원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의사협회 관계자는 “진단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하는데 무조건 주사 한 대로 질환을 싹 없애 달라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의사라면 수용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였다”고 평했다.
이어 “의원은 동네평판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환자를 허술하게 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의료진과 직원 중 여성이 많아 대형병원에 비해 폭력행위에 적극 대응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신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묻어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과 관련해서도 “병원과 의원의 안전대책은 근본적인 인식개선 차원에서는 같을지 몰라도 실행방법이나 여러 측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며 “정부와 병원중심으로 종합계획이 만들어질 경우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의료기관 내 폭력사범에 대해 무관용 원칙과 구속수사 원칙이 적용돼야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적극적인 경찰의 개입과 격리조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의료진은 보복에 대한 공포를 지속적으로 느껴야하고 환자를 위한 의술을 펴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14일 해당 의료기관을 찾아 피해현황을 파악한 후 “진료 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어떤 이유에서도 허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구속수사를 하지 않으면 폭력은 계속돼 이로 인해 의료기관은 물론 환자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며 경찰의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