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 설계와 다양한 서비스가 도입된 임대주택이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임대주택은 서민 주거 안정화 목적이 강해 단순 공급에만 초점이 맞춰졌으나, 최근엔 다양한 주거서비스와 상품 설계 등으로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추세다.
업계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임대주택 경쟁의 원인으로 주택경기의 침체, 정부의 기금 지원정책, 원활한 현금 흐름성 등을 꼽았다. 또 소유가 아닌 공유경제의 바람이 주택시장에도 불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보육프로그램 등 특화설계한 임대주택 인기= 19일 업계 및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최근 설계·서비스에 차별화를 둔 임대주택은 대부분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부영그룹이 위례신도시에서 공급한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위례 포레스트 사랑으로’는 무순위 청약접수 결과 566세대 공급에 2132건의 접수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평형은 85C㎡로 66가구 일반 모집에 총 175건이 청약 접수돼 2.6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호반건설이 위례신도시에서 4년 후 분양 전환 방식으로 공급한 민간임대아파트 ‘위례 호반가든하임’도 테라스하우스와 펜트하우스 등을 갖춘 중대형 평면이 부각되며 평균 6.1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분양을 앞둔 임대주택도 다양한 특화 설계와 서비스로 차별화 전략에 나선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설립한 민간사업법인은 경기도 일산동구 중산동 일원에서 보육특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민간임대아파트 ‘일산2차아이파크’를 선보인다. 해당 아파트는 침실과 침실, 거실과 침실사이 가벽은 움직일 수 있게끔 되어 있으며, 현관에는 유모차를 수납할 수 있는 별도 수납공간이 배치된다. 또 맞벌이 부부를 위한 아이 올데이케어 보육프로그램도 있다.
양우건설은 전남 담양첨단문화복합단지에서 '양우내안애 퍼스트힐'을 이달 공급한다. 4년 민간임대로 분양되는 전용면적 59㎡ 주택형은 입주민의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자녀방 2개를 침실 통합형으로 변경할 수 있다. 단지 내 어린이집과 어린이놀이터, 작은도서관 등 자녀를 위한 커뮤니티시설도 구성된다.
◇건설사·소비자, 임대주택사업 뛰어드는 이유는=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건설사들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워 임대주택사업에 열을 내는 이유로 현 정부의 지원정책과 원활한 현금 흐름성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 최근 주택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는 “최근 건설사들이 임대주택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정부가 기금을 많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기 자본을 적게 들이면서 지원금을 받아 시공하고, 미분양 리스크도 일반분양에 비해 적다 보니까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유가 있는 건설사들은 임대기간동안 현금흐름이 원활하다”며 “분양주택은 분양하고 나면 끝인데 임대주택은 매월 100~300가구로부터 월세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한국부동산협회 회장(경인여대 부동산학과 교수)은 “정부에서 규제를 가하다 보니까 건설사들이 사업 방향을 돌리고 있다”며 “서울은 어느 정도 분양성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신도시·수도권·지방 같은 경우 보장이 안된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강조하니까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건설사들의 임대사업은 예전부터 있었다. 다만 당시엔 분양시장이 좋다보니까 신경을 덜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 관계자도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주택 구매를 망설이는 실수요자들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유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 변해가는 사회의 흐름도 임대주택의 인기이유에 한몫했다. 이른바 주택시장에도 공유경제의 흐름이 나타나는 것.
서진형 회장은 “지금까지는 집을 삼으로써 자산가치가 오르는 ‘소유 중심’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있었다면 점차 ‘이용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최근 수요자들은 굳이 집을 사지 않아도 직장과의 거리 등 소비자 생활패턴에 맞는 집을 임대해서 사는 걸 선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