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에 시달리다 당직 중 사망한 전공의와 관련해 정부의 보상과 재발 방지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 신형록 전공의는 지난달 1일 36시간 연속 근무 중 당직실에서 사망했다. 전공의 법이 규정한 수련시간인 주 80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렇다 할 보상이나 재발 방지 대책은 발견되지 않는다.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길병원 전공의 사망은 분명한 인재”라며 “보건복지부가 수련환경평가를 철저히 해 전공의 법 위반을 잡아내고 재빠르게 대응했다면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 법에 따르면, 전공의는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해서 수련해선 안 된다. 또 36시간을 연속으로 수련할 수 없다. 연속수련 후에는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 위와 같은 규정이 있음에도 복지부의 ‘2018년 수련환경평가’에서 해당 규정을 준수하는 수련병원은 총 244곳 중 150곳(61.5%)에 불과했다.
주 1회의 휴일을 주지 않은 기관이 28.3%, 주당 최대 수련시간인 80시간을 지키지 않은 비율도 16.3%나 됐다. 김연희 대한의사협회 법제자문위원은 휴게 시간의 경우 업무의 특성상 본인의 휴게 시간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위급상황이 해소된 이후에라도 보장을 받았는지에 대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실제 위반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법을 위반해도 제재는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 가량의 과태료와 시정명령에 그쳤다.
전공의 법은 지난 2012년 전공의 사망 사건 이후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16년도에 제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수련환경의 실질적인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정부 대책이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수련환경조사를 보다 투명하게 했다면 위반사례는 더 많았을 것이며, 많은 건수의 위반이 적발됐다면 더 무거운 제재를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런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고 신형록 전공의를 추모하기 위해 13일부터 모금을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모금 운동을 섣불리 하지 않았던 이유는 연이은 의료계 사망 사건으로 주목이 충분히 돼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설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고 잊히는 것 같아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 법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며 “과로로 인한 사망 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전공의 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엄격히 확인하고, 주 80시간과 36시간 연속 근무를 해도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