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밝은 톤이다. 하지만 가볍지 않다. 지난 27일 방송을 시작한 MBC 새 월화극 ‘더 뱅커’의 이야기다.
‘더 뱅커’ 첫 회는 노대호(김상중)가 건네는 말장난과 닮았다. 연출이나 각본의 세련미는 덜하지만, 소소하게 웃음이 나고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는 면이 그렇다. 첫 회는 윗선의 계략에 휩쓸려 대기발령 신세가 될 뻔한 노대호가 예상과 다르게 감사위원으로 승진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돼 호기심을 자아냈다. 느린 말투로 맞는 말만, 그것도 착하게 하는 노대호는 대한은행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더 뱅커’에는 연기대상 배우들을 대거 출연한다. 2017년 MBC 연기대상을 받은 김상중이 이 드라마로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고, 채시라와 유동근 등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자들이 전면에 나섰다. 출연진만 보면 캐릭터 모두가 왕위다툼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여기에 김태우, 안내상, 서이숙 등이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힘을 보탠다.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고, 여러 인물이 집단 내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수 싸움을 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를 예상한 시청자도 있겠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더 뱅커’는 정반대에 가깝다. 이재진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마냥 무거운 분위기의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예고한 것처럼, 첫 편에서 노대호가 자신이 몸담은 대한은행 공주지점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피소드는 밝고 경쾌해 시트콤 색채가 묻어난다. 노대호가 마을 농민들을 위해 사격으로 멧돼지를 포획한 후 적금을 영업하는 장면이나, 날치기범의 ‘밤’ 공격을 은행 사은품인 장우산으로 막아내는 장면 등이 그렇다.
하지만 시종일관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공주지점 위주 에피소드와 달리, 앞으로 드라마의 본격적인 무대가 될 본점의 권력암투는 치열하게 그려졌다. 밝은 분위기를 상황에 맞게 변주하고,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더 뱅커’의 관건이다.
■ 볼까
착한 영웅이 그리웠다면 수요일과 목요일엔 MBC에 채널을 고정하는 것이 어떨까. 김상중, 채시라, 유동근 등 ‘합치면 연기대상 트로피만 8개’ 배우들이 모여 어떤 합을 보일지 감상하고 싶은 시청자에게도 권한다.
■ 말까
다소 예스러운 연출을 참기 힘든 시청자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권력을 다루는 드라마의 묘미는 박진감과 비장함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에게도 맞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