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기존 아파트의 브랜드 이름이나 디자인을 바꾸거나 새로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을 비롯 현대, 호반, 쌍용건설 등은 저마다 보유한 아파트 브랜드를 바꾸거나 추가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를 두고 업계와 학계에선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건설사들이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려 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브랜드와 분양가 상승 연관성은 크지 않을 거라 보는 시선도 있다.
통상 광고·마케팅에 있어 브랜드 구축은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라는 브랜드 철학을 새롭게 정립하고 브랜드 디자인과 커뮤니티시설, 조경, 외경 등 주택상품도 모두 새롭게 변경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관계자는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비싼 제품에 국한된 단어가 아닌 여유와 행복, 경험을 가꾸는 생활을 지향하는 데에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힐스테이트’의 디자인과 콘셉트를 다시 정립하고, 아파트 단지 외벽에 영문으로 표기되던 브랜드명을 한글로 표기할 계획이다. 글자도 150% 확대해 브랜드 식별을 높이고, 품질 경영과 신뢰성을 상징하기 위해 회사 로고도 함께 넣는다.
호반건설은 주상복합단지가 사용한 ‘호반써밋플레이스’를 ‘호반써밋’으로 변경하고 아파트 브랜드인 ‘베르디움’의 BI도 디자인을 새롭게 했다. 쌍용건설은 아파트와 주상복합 브랜드를 ‘더 플래티넘’으로 통합했다. 신세계건설은 ‘빌리브’ 브랜드를, 태영건설은 ‘데시앙’의 BI 변경 및 기업형 임대아파트 브랜드 ‘데시앙 네스트’를 선보였다.
건설사들의 브랜드 리뉴얼은 앞으로도 예정돼 있다. 롯데건설은 올해 상반기 ‘롯데캐슬’과는 별도로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시한다.
일각에선 건설사들의 이같은 브랜드 리뉴얼이 분양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주택경기의 침체로 경영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전략적 접근방식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건설사들이 최근 새로 네이밍을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최근 안 좋은 건설·주택경기로 인해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이유가 큰 것 같다”며 “아파트 브랜드 가치의 상승은 소비자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대우건설은 과거 금호아파트를 푸르지오로 리뉴얼하면서 새로 짓는 아파트는 물론, 기존 아파트까지 새로 페인팅을 해서 브랜드 인지도나 소비자들의 자부심 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푸르지오, 래미안 등 일반 브랜드의 경우 관리 차원에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라면서도 “써밋, 파라곤, 디에이치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분양가 책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브랜드와 분양가 상승 연관성은 크지 않을 거라 보는 시각도 있다. 과거 주택시장이 호황일 적엔 브랜드가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지 몰라도, 현재 정부 차원에서 주택시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와중에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브랜드리뉴얼을 단행하진 않았을 거라는 설명이다.
건설광고업계 관계자는 “과거 분양시장이 호황일 땐 건설사들이 저마다 인지도 확보 차원에서 마케팅비를 엄청나게 투여했고, 그만큼 손실을 면하기 위해 분양가에 반영이 이뤄졌다”면서도 “지금은 고작 30~40억 정도 가량 마케팅비에 투자되는데, 이는 주택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에서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라 분양가 반영이 안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파트 브랜드를 일반 제품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분석할 수 없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다만 아파트는 가격이나 소비자 인식 차원에서 식품이나 옷 등 일반 소비재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과 같은 공식을 대입해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
문영숙 교수(한양대 광고학과)는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라는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큰 자산이고, 비용이나 구매 과정에 있어서도 식품이나 패션 등 쉽게 소비하는 일반 소비재와 성격이 다르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반 브랜드와 아파트 브랜드를 비교해서 얘기할 순 있어도, 일반적인 브랜드 특성을 적용해 아파트 브랜드 시장을 얘기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