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은 산타’가 되는 시간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인터뷰] “‘작은 산타’가 되는 시간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기사승인 2019-03-30 00:00:01

누구나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봉사활동은 더욱 그렇다.

“‘작은 산타’가 되는 시간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대구국제학교(DIS) 12학년 최예원 학생. 그녀는 지난해 8월부터 교내 봉사 동아리인 국제 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의 회장을 맡아 조직을 이끌고 있다.

“저에게는 항상 따라 다니는 수식어가 있어요. 바로 ‘고3, 수험생’. 수도 없이 들은 말 중에 하나는 고3이 뭘 한다고? 공부나 열심히 하지”이었어요.”

고3으로 올라간 직후인 지난해 11월 중국어 담당이자 동아리 담당 교사인 Yanqiong Janet Huang이 보여준 여러 장의 사진은 고3이라는 시간을 또 다시 잊게 했다.

“사진 속에 학생들은 공부를 할 수 없었어요. 학교도, 학생도 돈이 없어 책을 살수가 없다며 도움을 이야기했어요. 학생들 표정에서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그녀는 동아리 회원 13명과 함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고민 결과, 전교생을 ‘작은 산타’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곧바로 교내 방송을 시작했고, 일주일 동안 ‘우간다 책 보내기 운동’의 취지와 동참을 알렸다.그렇게 4개월이 지난 지금. 책 기부를 시작한 7일 동안 ‘작은 산타’에 기적이 일어났다. 무려 800여권이 책이 모인 것. 동아리 회원들은 모아진 책 한권 한권을 잘 포장해 바로 우간다로 보낼 예정이다.

앞서 동아리 전 회장에게 바통을 넘겨 받은 ‘위안부 피해 알리기 운동’에 대해서도 물었다. 매년 거듭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어서 시작됐다는 최예원 학생은 “관련 블로그를 개설해 다양한 콘텐츠로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고, '위안부 팔찌'를 만들어 참여를 독려했어요. 또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골든벨’을 열어 관심과 흥미를 끄는데 성공했어요.”

현재는 여성인권 운동 일환으로 ‘생리대 나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4월8일부터 12일까지 점심 시간을 이용해 간식을 팔아 수익금과 성금을 모을 예정이다. 모금된 돈은 속옷과 생리대, 영양제 등으로 박스를 구성해 어려운 여성들에게 나눠 줄 계획이다.

지난해 4월에는 새터민 구조 활동 성금 모금을 위한 '3000걸음 운동'을 대구 동구 봉무공원에서 진행했다. 수 많은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으로 무사히 들어오기까지 약 3000마일의 힘든 여정을 겪어야 한다는 데 착안했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학업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최예원 학생은 대구국제학교가 개교한 2010년에 전학,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온 재원이다. 최근 대학 입시에서 NYU(뉴욕대학교)에 지원해 합격증을 받기도 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하나 배운점이 있다면 돕는 과정에서 상대를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라며 “현재 처한 모든 일은 잠시 접어두고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 속에 갖고 있는 나눔의 용기를 내어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는 최예원 학생.

작은 소녀의 ‘큰 울림’이 널리 퍼지길 기대해 본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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