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 환자, 무관심과 치료부담에 두 번 운다

아토피피부염 환자, 무관심과 치료부담에 두 번 운다

극심한 증상으로 경제활동 제약…비급여 신약 치료비 부담에 ‘한숨’

기사승인 2019-04-09 00:07:00

#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아토피피부염을 앓아 온 최씨(남, 29세)는 어렵게 취업한 회사를 1년 남짓 다니다 사표를 냈다. 악화기마다 찾아오는 극심한 가려움증은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렸고, 동시에 심해지는 안면부위의 피부 갈라짐과 진물 등은 외부 미팅이 잦은 업무 특성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자연스레 찾아온 업무 생산성 저하와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증상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던 최씨는 결국 퇴직을 선택했고, 현재 재택에서 근무 가능한 파트타임을 하고 있다. 자연스레 수입도 줄어 치료를 위한 병원비와 의약품비, 아토피피부염 환자로서 필요한 의식주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간접비 충당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위 사례처럼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과 질환의 특성으로 사회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또 이로 인해 환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커지고, 고비용이지만 효과적인 신약의 사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결국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질환이 더욱 악화되고 사회활동은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있는 것이다. 

신체 여러 부위에 발생하는 극심한 가려움증과 발진, 건조증과 부스럼 등으로 질병의 고통이 심한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보통의 삶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운 만성 질환이다. 가려움과 심한 피부증상으로 인해 결근과 조퇴가 반복되고 결국, 휴직을 택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18세 이상 직장인과 학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증상으로 인해 결근하거나 결석하는 경우가 일반인(3.8%)에 비해 약 3배(11.7%) 높았으며, 출근이나 등교를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인(14.2%) 대비 약 2배 높았다.  

이러한 문제는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아토피 갤러리’에서 많은 환자들이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는 글들이 많은데 환자들의 직업을 묻는 질문에는 프리랜서나 집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업 등 이라고 답변한 사람들이 많았고, 사람들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서비스직 등에는 제약이 있어 직업을 전환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사연도 있었다. 

일하고 싶어도 질환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는 고통은 개인에 정신적인 무력감뿐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직업 선택에 한계가 있어 실제 수입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치료비 충당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국내 성인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경제적 비용 부담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병의원 진료비와 의약품 구입비 등 직접비 지출이 월 평균 약 24만원, 간접비 지출은 약 35만원으로 총 약 58만원의 비용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전신면역질환인 성인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유병 기간이 약 23~28년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부담은 1인 당 4억60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소연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와 있다. 6세 여아의 엄마는 “생후 50일부터 시작한 아토피는 여전히 아이를 괴롭히는 몹쓸 병이다. 처음에 음식물 알러지를 동반해 발진이 일어나더니 이제는 미세먼지 수치가 높을 때도 발진이 심해진다. 심하게 건조해서 피부껍질이 일어나고, 미세한 주름들이 생겨 마치 나무껍질을 보는 듯 아이의 몸은 그렇게 변해간다”라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특히 해당 환아 엄마는 “2018년 국내 도입된 ‘듀피젠트’는 중증아토피염 치료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급여가 인정되거나 급여가 추진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몇 개의 병원에서만 투여가 가능하며, 아직 비급여 항목으로 보험적용이 안돼 1회 투여시 100만원 가량을 지급해야 한다”며 “아직 12~18세 이상만 투여가 가능하다고 하니 소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아토피로 고생하는 모든 국민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사연에 나온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는 20년 만에 등장한 신약으로 중등도에서 중증의 아토피피부염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최초의 표적 생물학적제제이다. 국내에는 지난해 출시됐다. 이처럼 긍정적인 치료 효과들이 공유되고 있지만 아직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사용도 쉽지 않고, 치료비용의 부담도 크다. 

듀피젠트는 현재 비급여 기준 1회 처방 시 약 100만원의 비용이 든다. 또 용법에 따라 첫 치료 시 연속 2회 투여하고 이후 2주 간격으로 투여할 경우, 1년 치료 약값으로만 200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심한 아토피피부염으로 경제활동에 제약이 있는 중증 환자들은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어도 사용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듀피젠트의 급여화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은 국내 출시 전부터 올라와 현재 20여건에 달한다. 청원에 참여한 인원도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피부과 박영립 교수(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회장)는 “증상이 매우 심각한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현 시점에서 가능한 모든 치료를 시도했으나 더 이상 호전되지 않아 더 이상의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효과가 확인된 새로운 치료제의 접근이 제한되는 것은 곧 치료 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절망적인 상황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치료 중단으로 인한 2차적 고통이 돌아가지 않도록 현실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듀피젠트는 해외 다수 국가에서 이미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영국의 경우, 중증 아토피피부염 질환의 심각성 및 약제의 혁신적인 치료 효과를 인정해 조속히 환자들의 접근성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돼 지난 해 8월부터 급여가 적용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지난 2014년 피부암을 제외한 피부 질환 최초로 듀피젠트를 ‘획기적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했다. 현재까지 FDA가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한 치료제들은 생명 연장과 직결된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를 제외하면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와 C형간염치료제, 황반변성 치료제 단 세 종류만 있다. 

이외에도 일본 후생성은 듀피젠트를 신약의 혁신성 정도를 구분하는 등급 중 두 번째 위치인 ‘Usefulness Premium 1’ 등급으로 인정했으며, 프랑스 보건당국도 조기 급여등재가 가능한 수준인 임상 편익 개선 수준(ASMR) 3등급에 듀피젠트를 포함시켰다. 오스트리아도 지난해 12월 듀피젠트의 추가적인 치료편익을 인정해 치료학적 우위 또는 혁신적 우위가 있는 의약품들의 카테고리인 ‘옐로우 박스(Yellow box)’에 등재시켰으며, 이탈리아에서는 피부과 치료제로는 최초로 ‘혁신 약제(Innovative drug)’로 지정되면서 최대 3년간 약가 인하 및 총액제한제 면제 혜택 등을 받는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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