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숙원 인천보훈병원 8개월, 내실은 ‘아직’

13년 숙원 인천보훈병원 8개월, 내실은 ‘아직’

경영평가보다 직원행복이라는 김영찬 인천보훈병원장… 여전한 내부 잡음

기사승인 2019-04-10 00:00:00

2018년 8월 말, 전국에서 6번째 보훈병원이 인천시 남구 용현동에 문을 열었다. 6·25 참전용사들을 비롯해 인천과 경기 서북지역에 분포한 25만명의 보훈대상자들의 13년 숙원이 풀린 셈이다. 하지만 정말 유공자들의 목마름은 해갈됐을까.

인천보훈병원이 들어서기 전까지 수도권에 분포한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중앙보훈병원까지 먼 길을 나서야했다. 교통도 불편해 버스와 지하철을 수차례 갈아타고 2시간 이상을 이동해야했다. 

절반 이상의 고령인 유공자가 오가기엔 쉽지 않은 거리다. 더구나 전투의 상처로 몸이 불편한 이들에겐 엄두가 나지 않는 길이다. 이 같은 불편함에 국가보훈처가 전국 각지에 위탁병원을 지정했다지만 총 300여개에 불과한데다 대형·종합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이에 10여년 전부터 신규 보훈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넘기 위해 300병상 총 사업비 803억원을 137병상, 497억원으로 낮춰 대들보를 세울 수 있었다.

현재 인천보훈병원은 2만8680㎡(약 8675평) 부지에 연면적 1만1050㎡(약 3340평)의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지어졌다. 당초 보훈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병원은 내과와 재활의학과 등 8개 진료과로 2개월간 시범진료를 실시한 후 11월 7일 정식으로 개원했다.

문제는 힘든 과정 속에서도 병원이 문을 연 후 해소될 것이라고 봤던 유공자들의 바람이 개원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희망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련의 결과가 경영 전반을 책임진 병원장의 역량과 인사문제, 내부직원들의 갈등 때문이라고 알려져 아쉬움을 자아낸다.

◇ ‘최하’ 평가받은 공공병원장, 인선을 둘러싼 의혹들

당장 보훈환자들의 진료에 공백이나 부족함이 예상된다. 병원은 지난달 7일, 개원 준비과정에서 발표한 15개 진료과 의사들을 모두 확보하며 정상진료가 가능해졌다고 알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조금 다르다. 

우선 고령환자가 많이 걸리는 폐렴 등을 진단·치료하는 호흡기내과나 당뇨·갑상선·고지혈증·골다공증 등을 담당하는 내분비내과 전문의가 없다. 내과계 중 소화기내과와 순환기내과 전문의들이 이들 전공분야를 대신할 뿐이다. 

심지어 신경외과는 정년퇴임한 대학병원 노교수 홀로 신경을 잇거나 자르는 등 미세한 수술을 담당해야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진료과가 전문의 1명으로 구성돼 학회나 개인 사정에 의한 진료공백을 메워줄 인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공익제보자는 “병원의 의료인력, 특히 의사의 확보는 원장의 중요한 역할이자 역량”이라며 “지금의 원장에게 기대하긴 힘들다. 열정을 가지고 병원에 왔던 몇몇 의사들은 원장과 다투며 떠났다. 내부에서는 과거 공공병원들을 맡았을 당시 경영평가가 최하위거나 과거보다 안 좋은 평가를 받았던 병원장이 이사장 백으로 들어왔다는 말까지 돈다”고 전했다.

실제 김영찬 인천보훈병원장은 취임 전인 2008년 5월부터 2011년 9월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장을, 2013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인천적십자병원장을 지냈다. 김 원장이 의정부병원장 시절 기관장 평가는 3년 연속 C였다. 마지막해인 2011년만 B를 받았다. 

인천적십자병원장 시절인 2015년에는 지역거점 공공병원 중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D가 메겨졌다. 그가 최임한 직후년인 2016년 인천적십자병원 평가등급은 다시 B로 급등했다. 당시 경영실적 외에도 불필요한 입원이나 항생제 사용이 줄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련의 사실에 대해서도 병원 내부 관계자는 “일할 의사를 구하지 못해 병원은 반쪽으로 개원했고, 야간 근무할 의사가 없어 병실 가동률은 1월까지 15%에 불과했다. 채용된 의사들 중 일부는 정년을 초과해 환자의 안전이나 진료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제기됐다”고 토로했다.

내부 직원들의 불만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여직원 탈의실이 없어 건의했더니 의사 휴게실을 만들어야한다며 거절하는가 하면, 공공병원장을 지냈던 사람이 법인카드로 술집에서 카드를 사용하고 직원이 개인카드로 결제하게 만들었다. 그만두겠다는 의사에게 앞길을 막아버리겠다는 악담을 하기도 했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행동이 만연했다”고 했다.

여기에 “김 원장은 양봉민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의 경남고 후배로 임명 당시부터 공단 내에서 말이 많았던 인사”라며 ‘인사실패’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훈병원장 자리를 능력도 인정받지 못한 이에게 학연에 매몰돼 맡긴 이사장의 행태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를 무시한 처사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 ‘직원의 행복이 환자의 행복’이란 경영철학 내세운 김영찬 원장

이 같은 의혹과 비난에 대해 김 원장은 ‘오해’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부족하지만 당초 보훈처가 발표했던 목표를 달성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환자실을 제외한 130병상의 소규모 병원 급 의료기관에서 15개 진료과 20명의 전문의를 보유하고 종합병원급의 진료폭을 갖추는 것은 보훈병원과 보훈환자를 위한 공공병원이기에 세울 수 있는 목표였으며, 이를 달성하기에는 최근 의료계 현실과 공공병원이 가진 약점이 녹록치 않다”고 부연했다.

지방중소병원의 경우 폭 넓은 진료과목을 확보하고 종합병원의 면모를 뽐내기보다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개하고 생존을 위해 전문성을 강조하는 전문병원, 특화병원 체제로 체질개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천보훈병원은 폭넓은 질환을 호소하는 보훈환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종합병원과 같은 진료영역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문의나 간호사 등 많은 수의 의료인들이 배출되는 2월이 아닌 8월 문을 연 만큼 인력수급이 쉽지 않았고, 병원의 규모나 정부 예산으로 운영돼 한정된 재원과 규정으로 정해진 임금체계를 갖춘 공공병원의 한계로 민간병원과의 경쟁에서 인력을 채용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과거 공공병원장 시절 받은 경영평가나 그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크게 관여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에도, 지금도 공공병원의 경영평가나 기관장 평가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으며, 체계를 갖추고 직원들이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든다면 결과는 그에 따라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는 그의 경영철학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성과는 과정의 결과일 뿐”이라며 “기본은 직원이 행복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에게 잘하고 업무가 효율적으로 바뀐다. 원장의 역할은 직원이 왜 이 일을 해야하는 지를 알리고, 동의를 얻어 재미와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럼 직원 스스로가 밀알이 돼 병원을 발전시키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장이나 기관평가는 잘 만들어진 보고서 위주의 평가”라며 “(자신의)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고 알고 있지만, 직원을 편하게 하고 구조를 바꾸는 등 지표로 정량화되진 않지만 실제 일을 할 수 있도록 병원의 분위기를 만들고 개선한다면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도출하는 것은 따라올 것이다. 그렇게 일 해왔고, 인정받았다”고 첨언했다.

원장선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양봉민 이사장이) 경남고 나온 걸로는 알지만 인연은 없었다”면서 학연에 기댄 낙하산식 인선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보훈공단 인사담당자도 “공개모집에 따라 이력관련 자료와 서류를 받았고, 심사위원회가 역량을 중심으로 심사를 해 상위 점수서열로 후보를 추려 추천한 후 정부가 검증한다”며 공정하게 선임됐다고 답했다.

과거 공공병원장 시절의 경영평가 등 객관적 사실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는지, 관련 사실을 상쇄할 만한 역량이 확인됐는지, 이사장과의 학연에 의한 인선은 아니었는지 등 구체적인 질문에는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고, 우수한 후보들 중에 선정됐지만 이사장과의 학연이 작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식으로 답했을 뿐이다.

향후 인천보훈병원의 내실과 김 원장의 운영방식, 기타 보훈환자에 대한 충분한 서비스 제공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은 부족하다”면서도 “진료를 시작한 시간이 길지 않고 사람에 대한 흠결이나 병원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한 문제는 일정한 과정과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부족한 점을 의논하고 지원해 환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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