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통합서비스’, 공공기관 마음대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공공기관 마음대로?

기사승인 2019-04-16 12:35:02

“2022년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병상을 10만개까지 확대해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경감시키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중 하나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추진목표이자, 2019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5만 병상 확보면 성공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6년여의 준비기간과 시행착오, 사업시행 후 6년여가 지나 1조원 규모로 커진 단일 사업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 현장 없는 ‘탁상행정’에 위협받는 수용성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간호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목표아래 2007년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과 2010년 ‘간병서비스 제도화 시범사업’의 실패를 바탕으로 2013년 7월 시작한 ‘포괄간호서비스’의 발전형이다.

의료법 제4조의 2에 정한 바와 같이 ‘보호자 등이 상주하지 않고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지원인력이 입원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한다는 법적 기반을 갖추고, 준비기간 포함 총 13년이 된 시범사업이기도 하다. 

2018년 기준, 495개 기관 3만7288개 병상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에 지급하는 간호관리료를 포함해 사업 총비용이 9000억원을 넘어 1조원에 육박한다. 2017년 한의·치과·약국 등을 모두 포함해 요양기관 9만1545개소에 지급한 건강보험 급여비가 약 55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단일 사업으로는 비중이 매우 크다.

문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범사업’이기에 관리·감독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사업주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재량껏 사업형태를 바꾸거나, 기준을 정하는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 자칫 의료현장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실태파악이 제대로 안 될 경우에는 탁상공론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그리고 실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보공단은 2018년 12월 31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지침’을 개정하고, 1월부터 바로 적용했다. 내용은 서울 및 상급종합병원 최대 참여병동 수를 2개에서 4개로 확대하고, 간호간병료 가산방식을 30% 정률제에서 정액제로 바꿨다. 

야간전담 간호사 인력은 월별 5%에서 10% 이상 또는 병동 당 2명 이상 배치하도록 하고 관련 수가도 개편했다. 다만 요양기관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7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과의 충분한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사업지침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과의 협의과정은 1번 이뤄졌다. 그마저도 건보공단에서 개편사항을 확정한 후 시행 20여일 전 내용을 전달하는 자리가 전부였다.

이 같은 지적에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협의가 1번 이뤄진 것은 맞다.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수요나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제도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왜 충분한 협의 후 시행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을 하지 못했다.

◇ 시범사업이라 괜찮다? 부실한 관리감독

이처럼 사실상 부족한 논의 속에서 이뤄진 갑작스런 개편에 당장 의료기관들은 반발했다. 가뜩이나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인력쏠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소지방병원의 현실을 악화시키고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을 후퇴시키는 인력기준 개편이라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야간전담 간호수가 간호사 중심으로 개편됨에 따라 간호조무사나 간호보조인력의 비중이 높은 재활병원과 같은 의료기관들은 당초 정책참여를 유인하고 기타 인력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위해 정책가산성격으로 지급됐던 수가가 거의 사라지며 추가부담이 늘어 최저임금상승과 함께 이중고를 겪게 됐다. 

대한병원협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재활병동은 최대 11.4%의 수가인하가 발생할 위기다. 이에 한 중소지방병원장은 “뽑을 사람은 없는데 수도권의 제한은 풀어줘 기존에 있던 인력마저 빼앗기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급격히 오르고 수가는 줄었다”면서 “건보공단이 책상에서 문장 몇 개 바꾸는 바람에 1달에 2800만원 가량의 추가비용이 들게 됐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병원장도 “지금 시점에서 논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개편을 할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간호인력의 수급문제가 지방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병원들을 더욱 쥐어짜는 형태의 개정”이라며 “도대체 지방중소병원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사업철회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병원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관련 단체들도 개선사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건의안을 전달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시범사업이 전가의 보도다. 어떤 관리·감독이나 심의의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건강보험 관련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는 2년째 보고도 않고 있다. 이건 문제가 있다”며 사업구조 및 시행방식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러나 시행 4개월째인 지금까지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관계자는 “건정심에 보고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매달 열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기관 평가심의위원회에서 주요 개정사항 등은 안건으로 만들어 심의·의결한다. 더 큰 범위에서 제도발전위원회도 운영해 자문을 받는다”며 “정기적인 관리기전이 작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야간전담 간호사 가산방식과 기준이 바뀌긴 했지만 일반병동은 큰 부담이 없는 것으로 안다. 재활병동의 경우에는 일부 부담이 늘기는 하지만 그리 크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더구나 일한 사람에게 보상이 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뜻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사업 확대와 함께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 나가야하는 것”이라며 되돌릴 순 없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단체 관계자는 “그간 사업이 시범사업이고 주관기관이 건보공단이라는 이유로 제도이행 당사자나 단체들과의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평가심의위원회 심의가 이뤄지긴 하지만 그 구성이나 안건의 내용전달 등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개편안 설계과정에는 의견반영조차 힘든 구조다. 심의의결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덧붙여 “분명 외형적·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회의 참석자에게 이메일(전자우편) 하나 보내고 추가연락조차 하지 않으며, 회의에 불참해도 의결결과 등 논의내용의 전달도 없다. 병원협회는 논의과정에 거의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1조원이나 쓰는 사업이 시범사업이란 이름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정책목표인 2020년 10만 병상 확보를 위해서는 이번 개편의 재논의는 물론 인력배치기준의 조정, 제도안착을 위한 지방중소병원 중심 제도설계, 차감 없이 적정보상을 전제로 한 성과평가 인센티브의 도입 등 현장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현장과 충분히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범사업의 논의구조부터 바꿔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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