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전주고속도로 ‘턱없이 낮은 토지보상가’ 주민만 희생양

새만금전주고속도로 ‘턱없이 낮은 토지보상가’ 주민만 희생양

기사승인 2019-04-19 18:32:48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가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토지보상 단계에서부터 터덕거리고 있다.  

전북 김제시 진봉면 옛 신포항에서 완주군 상관면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55.1㎞ 구간에 공사 편입용지 보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상가격에 토지주들만 까맣게 속을 태우고 있다.

19일 한국도로공사 새만금전주고속도로 사업단에 따르면 공사구간의 편입 토지보상을 위해 총 1107억원을 배정받아, 토지주들에게 보상 감정가를 통보하고 매매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편입대상에 들어간 상당수 토지주들이 실거래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감정평가에 반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하거나 수용재결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공사구간 곳곳에서 극한 갈등을 빚고 있다.

실제, 전주시 중인동 5공구에 편입대상 토지를 가진 한 토지주는 감정평가 결과 실거래가의 50% 수준으로 제시된 보상가격에 매매협상을 거부하고 수용재결을 준비하고 있다.

더욱이 이 토지주의 경우, 공사구간에 편입된 토지 바로 옆에 2층 식당을 운영해왔는데 정작 건물은 편입용지에서 빠져 공사가 끝나면 30m가 넘는 고속도로 교량 아래 식당 건물만 폐허처럼 남겨지게 될 처지에 놓였다.

고속차량이 질주하는 고속도로 바로 옆에 2층 식당 건물은 토지보상 편입용지에서 제외됐다는 날벼락 같은 통보에 토지주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접수해 놓고 결과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5공구의 또 다른 토지주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건물을 신축해 사업을 운영해왔는데, 감정평가에서 신축 건설비를 턱없이 낮게 잡아 1차로 제시된 보상가로는 사업 재개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가슴을 치고 있다.

또 다른 토지주는 양도소득세가 걱정이다.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돼 토지보상을 받아도 세금을 내고 나면 당장 다른 지역에서 마땅한 사업장을 찾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턱없이 낮은 감정가격에 매매협약을 거부하고 있는 5공구의 한 토지주는 “고속도로가 뚫리니 토지를 내놓으라는데 부동산 시세의 절반도 안되는 보상가격만 받으라니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고속도로 건설로 몇 년째 식당 영업도 제대로 못하고, 냉가슴만 앓았는데 고속도로가 지나는 바로 옆 식당은 편입토지도 아니라니 기가 막힌다”고 울분을 토했다.

토지보상에 합의한 서지마을 주민들도 불만을 토로한다. 고속도로가 들어서면 마을로 진입하는 좁은 길이 응달이 져 사고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다.

서지마을 주민들은“고속도로가 들어서면 진입로가 좁아 농사를 짓고 살기도 어렵고, 안전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주대책과 진입로 확대 공사를 요구하고 있다. 

편입대상 토지주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고속도로 사업단은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토지보상법 절차에 따라 국가공인 감정평가사 3곳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보상금액을 산정, 1차로 지난 5일까지 보상협의를 마쳤다”며 “협의가 불발된 토지주들을 상대로 6월까지 2차로 보상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토지보상 매매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토지주의 경우, 협의불성립으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 평가 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만금전주고속도로는 전북 김제시 진봉면 옛 신포항을 시작으로 완주군 이서면, 전주시 중인동, 완주군 상관면을 지나는 익산-장수간고속도로로 연결된다.

고속도로는 8공구로 나눠, 총연장 55.1km에 왕복 4차선 규모로 건설된다. 고속도로가 뚫리는 지역 중 준산간부인 전주권에는 3~4km에 달하는 터널과 교량이 대거 들어서게 된다.

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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