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의원이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합의안 추인한 직후 탈당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선거구 개혁에 따른 당내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패스트트랙 처리를 계기로 탈당에 대한 명분을 쌓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당지도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탈당할 것이란 예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언주 의원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수당이 배제된 채 2중대, 3중대가 작당해 선거법을 통과 처리한다는 것은 의회의 폭거”라며 “선거법은 정당 상호 간에도 완전 합의를 중시하는데 당 내부에 이견이 있는데도 의총에서 상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4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참석의원 23명 가운데 12명의 찬성으로 추인했다. 합의안은 연동률 50%를 적용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과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린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제왕적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한데 이를 견제할 야당을 사분오열로 만드는 비례대표 확대는 대통령의 전횡과 집권당의 폭주만을 가속시킨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우리 정치 상황에서 제도적 정합성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의원은 공수처 법안과 관련해서도 “세계 유례가 없는 법으로서 반대파 숙청법에 다름 아니다”라며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않는다면 공수처를 수사할 공수처 특검법을 만들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은 창당된 지 1년이 지나도 자신들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밝히지 못해 단기필마로나마 신보수의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며 “광야에 선 한 마리 야수와 같은 심정으로 보수대통합과 보수혁신이라는 국민의 절대적 명령을 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한국당 입당을 위한 명분을 찾은 것으로 분석이 제기됐다. 선거구 통합 예상지역으로 꼽히는 광명시을 지역구를 버리고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 출마를 염두해 둔 포석이란 것.
정치권 관계자는 “이언주 의원의 지역구의 경우 인구 축소 등으로 선거구 통합이 유력시 되고 있어 입지가 줄어들었다. 더욱이 이번 선거제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추인으로 선거구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탈당 시점을 찾던 이언주 의원에게 당지도부의 패스트랙 추인 결정은 명분을 제공한 것”이라며 “재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언주 의원이 한국당 입장을 원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