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눈에 비친 국회...국회의원·경찰·소방관 뒤엉켜 '패스트트랙' 난장판 연출

어린이 눈에 비친 국회...국회의원·경찰·소방관 뒤엉켜 '패스트트랙' 난장판 연출

기사승인 2019-04-25 17:17:28

국회가 25일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기 위해 무력 행사에 나섰다. 또한 채이배 의원이 공권력의 도움을 청하며 경찰과 소방관은 국회로 출동했다. 이런 모습을 국회에 견학 온 어린이들이 여유롭게 지켜봤다.

철야 농성에 돌입한 자유한국당은 이날 국회의원·보좌진·당직자을 당의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패스트트랙을 결사 저지하기 나섰다. 

우선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처리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회의실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실을 점거했다. 또한 한국당 의원 11명은 이날 오전 9시경부터 채 의원의 사무실에 몰려가 채 의원의 국회 사개특위 전체회의 출석을 막았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사개특위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내용의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 의사과에 팩스로 제출했다. 이에 문희상 국회의장은 입원 중인 병원에서 국회 사무처로부터 사보임 신청서 접수를 보고받은 뒤 곧바로 사보임을 허가했다.

이날 한국당은 법적 조치도 취했다. 한국당 최교일‧김성원‧정점식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국회의장 결재로 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보임을 결정했다”며 “국회의장의 사보임 처분은 명백한 국회법 48조 6항을 위반한 것으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후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사보임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오후에는 채이배 의원의 112 신고로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이 국회 의원회관에 출동했다. 신고 내용은 한국당 의원들이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관련 사무실을 항의 방문해 점거하고 있다는 것. 채 이원은 감금 6시간만인 오후 3시경 국회 방호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의원실을 빠져나와 의원회관을 빠져나왔다. 그는 곧바로 공수처 법안 논의가 진행 중인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향했다.

이처럼 국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국회 견학 일정을 평상시처럼 이어졌다. 이날 2시경 국회 견학온 어린이들은 정개특위회의실이 위치한 4층을 찾아 생생한 정치 현장을 체험했다. 

여당 관계자는 “국회가 난장판이다. 오늘 같은 일은 처음”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양보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과 한국당은 서로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어제 있었던 한국당 관계자 70여명이 국회의장실을 난입했다.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은 현재 정치개혁특위 회의실, 사법개혁특위 회의실, 본청 220호 특위회의실까지 점거하고 있다. 심지어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까지 점거해 채 의원을 밖으로 못나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의실은 물론 심지어 사보임 대상 의원실까지 이례적으로 점거하는 것은 명백히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국회를 다시 몸싸움과 폭력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행위임을 한국당은 직시해야 한다”면서 “국회 존립과 품위 차원에서 이번 자유한국당의 점거 사태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에 비하면 초라할 따름”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은 이날 로텐더홀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갖고 국회를 파행 대한 책임을 여당과 정부에 떠넘겼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결국 지리멸렬하게 사분오열된 야당을 만들어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입법부 마비 전술이다. 또한 공수처 법안은 사법부·입법부를 감시·통제하겠다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불로장생의 권력을 찾아 헤매다가 공수처라는 불로초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늘 대한민국이 궤멸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당이 한때 보수 궤멸을 외쳤다. 보수 궤멸이 아니라 대한민국 궤멸이 현 상황이다. 그 궤멸은 헌법유린, 법률위반, 관습무시, 합의파기 등 이른바 ‘4대 위기’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까지 투쟁하고 맞설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처리의 결사 저지 결의를 다졌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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