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S가 한국 바이오·제약업계와 오픈이노베이션을 본격 추진한다.
최근 한국을 방한한 데이비드 고든(David Gordon) BMS 부사장(심혈관 질환 및 섬유증 분야의 신약 발굴 부문 책임자), 요시타케 마에다(Yoshitake Maeda) 일본·한국·대만 BMS 외부 혁신 부문 책임자, 티무르 군고르(Timur Gungor) BMS 글로벌 연구 협력 부문 책임자 일행을 만나 한국에서 진행할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해 들어봤다.
데이비드 고든 부사장(이하 ‘고든 부사장’)은 “한국에서 새로운 혁신 후보물질을 찾기 위해 왔다. 한국은 첫 방문이지만, 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 용사이기에 한국과도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다”며 방한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요시타케 마에다 박사(이하 ‘마에다 박사’)는 “작년까지 일본BMS의 외부 혁신 부문 책임자였지만, 올해부터는 한국과 대만을 아울러 외부 혁신을 총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혁신 분야에서 한국이 선도적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파트너를 발굴하기 위해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티무르 군고르(이하 ‘군고르 박사’)는 “BMS의 외부 연구 협력(External Search Collaboration)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은 연구 협업 관련 중요 국가이기 때문에 이전에도 수차례 방문한 적 있다. 아울러 저의 가족은 터키 출신으로, 터키군도 한국전쟁에 참전했기에 저 또한 한국과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BMS는 ‘J/K/TOIN(Japan/Korea/Taiwan Open INnovation)’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한국, 대만에서 진행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다.
마에다 박사는 “BMS는 항상 외부의 유망한 파트너과 만나고 협력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사실 빅파마들은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연구 단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BMS는 초기 단계(early-stage)의 개발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단계의 유망한 프로젝트나 아이디어를 가진 파트너들을 발굴하고자 한다”며 “J/K/TOIN을 통해 연구소, 생명공학 기업 등에서 제출한 후보 물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BMS가 보유한 R&D 인프라와 자본력 등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과학 선진국인 한국은 초기 단계의 우수한 연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BMS가 집중하고 있는 종양학, 면역과학, 심혈관, 섬유증의 4개 분야의 기초과학에서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한국의 기초과학 리더십, BMS의 관심 분야, 그 관심사에 대한 한국의 강점이 만나 KOIN을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든 부사장은 “BMS는 다수 국가에서 파트너십을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이를 통해 외부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었다. 혁신을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유한 대학 연구소, 생명공학 기업, 벤처 등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프로젝트 진행에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메일이나 대면 미팅을 통해 협력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고, 관심 분야의 학회에 참석해 유망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를 만나기도 한다. 연구자가 제안하는 아이디어가 BMS의 관심사와 부합하면 여러 협의를 거쳐 공식적인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계약을 통해 BMS는 인력, 전문 기술이나 노하우, 연구비 등의 자원을 연구자에게 제공하고, 연구자들은 함께 수립한 연구 계획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성과는 무엇일까. 고든 부사장은 앞서 진행된 ‘JOIN’의 사례를 들었는데 “일본 구마모토대학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연구의 초기 데이터가 흥미롭다고 생각했지만, 프로젝트 진행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일본BMS제약에서 연구자 정보 및 결과를 미국 BMS 본사로 전달했고,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도출하기 위한 연구비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및 일본에서 CRO 활용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고, BMS 본사의 내부 전문가를 통해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잠재력을 검토하고, 인도의 BMS 생산시설을 제공했다. 이렇듯 본 프로젝트는 단시일 내에 하나의 국가가 아닌 글로벌한 규모로 확장됐고, 프로젝트 현황 점검을 위해 화상회의를 진행하거나 직접 만나기도 한다”며 “본 프로젝트는 JOIN의 일환으로 진행된 가장 발전된 단계의 프로젝트이며, 이외에도 연구비 지원 등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의 오픈이노베이션 ‘KOIN’은 최근 열린 바이오코리아에서 발표되며 본격 시작됐다. 고든 부사장은 “바이오코리아에서 발표 한 직후, 대학 연구소, 생명공학 기업, 벤처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명함을 받았다. 이런 움직임이 KOIN 진행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진행한 미팅은 BMS와 한국의 잠재적 파트너사가 처음으로 진행한 대면 미팅이다 보니, 계약조건 및 진행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이들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설명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할 때, 연구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논문 출판의 자유 보장, 지적재산권 소유권, 협업의 구조 등”이라며 “BMS는 연구진의 논문 출판의 독립성 및 자유를 존중하며, 오픈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인 지적재산권 등은 연구자와 공동 소유해 관계된 모든 이들이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BMS는 종양학(Oncology), 면역과학(Immunoscience), 심혈관(Cardiovascular), 섬유증(Fibrosis)의 4개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고든 부사장은 “BMS가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종양학이다. 종양학 분야에는 별도의 R&D 조직이 있고, 나머지 세 분야 대비 R&D 투자비용도 많은 편이다. 면역과학, 심혈관, 섬유증 3개 분야는 ‘혁신의약품’이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 R&D를 진행하고 있다”며 “KOIN 프로젝트에서 우선시하는 분야는 약간 다를 수 있다. 과학적 데이터의 퀄리티가 중요한데 일례로 종양학 분야에서 중간 퀄리티의 아이디어와 심혈관 분야에서 우수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당연히 심혈관 분야의 우수한 아이디어가 KOIN 프로젝트로 선발된다”고 말했다.
마에다 박사는 “JOIN에서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KOIN을 통해 의료진, 생명공학 회사들과 협업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기술력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한국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과학자 개개인의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통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협업의 또 다른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BMS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고든 부사장(사진)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수 있는 우수한 물질을, 나아가 우수한 기술력 또한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보다 정확한 중개의학을 수행하고자 한다”며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게 되고, 이는 곧 BMS의 신약 발굴과 파이프라인 확장에 보탬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오픈이노베이션 과정 속에서 단순히 신약 후보 물질뿐만 아니라,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 또한 획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특정 질환이 발현하는 양상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개의학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오픈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개발한 약물이 한국 등 아시아 환자에서도 동등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