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면세점이 이달 말 문을 열 예정인 가운데, 입국장 면세점의 ‘흥행’을 놓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행객의 편의성 향상과 중소·중견면세점의 활로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면 상품 구성과 가격 등에서 경쟁력 낮아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고개를 든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달 31일부터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에 입국장 면세점 운영을 시작한다. 제1여객터미널의 1층 수하물 수취지역 동쪽과 서쪽, 제2여객터미널의 수하물 수취지역 중앙에 들어선다.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가 각각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운영을 맡는다.
이들 입국장 면세점은 주류·향수·화장품 등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담배와 과일 등 검역 대상 품목은 판매할 수 없다. 매장 면적의 20% 이상은 국내 중소·중견기업 제품으로 채워진다. 현재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는 대부분의 입점 브랜드 유치를 완료한 상태다. 이들 모두 화장품 브랜드 섭외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화장품은 명품‧담배와 더불어 면세점 매출의 효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입국장 면세점은 도입부터 중소·중견업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선정 과정에는 에스엠면세점, 엔타스듀티프리 등 총 9개의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선정이 유력시 됐던 ‘듀프리’는 대기업의 간접 진출이라는 논란 속에 고배를 마셨다. 접전을 거쳐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가 최종 낙점됐다.
이처럼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소비자와 업계의 기대는 상당하다. 입국시 면세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됨에 따라, 출국시 면세품을 들고 다녀야 했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 아울러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사업자들에게 운영권이 주어지면서 면세점간 양극화 개선 효과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현재 중소·중견면세점들은 롯데·신라 등 대형 면세점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울러 공사 측은 입국장 면세점이 운영되면 공항 서비스 경쟁력 강화는 물론 내국인 해외소비 중 일부를 국내로 전환해 관광수지 적자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도 기대 중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입국장 면세점의 여러 한계점도 지적된다. 면세점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명품과 담배를 팔 수 없는 것이 첫 번째 걸림돌이다. 작은 공간에 마련되는 입국장 면세점에 명품 브랜드들이 관심을 보일 리는 만무하다. 현재 공항에 확보된 입국장 면세점 공간은 약 100평 규모다. 출국장 면세점 5160평에 비교하면 상당히 작다. 이에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판매 제한 품목이 많은데다, 중소 중견면세점들은 상대적으로 ‘머니파워’가 약해 상품 구성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한계를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입국장 면세점이 흥행 하려면 면세 한도를 높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업계는 입국장 면세점도 문을 여는 만큼, 내국인 면세한도 역시 현행 60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했었다. 중국은 720달러, 일본은 1755달러로 우리보다 3배나 많다. 낮은 면세한도 탓에 여행객들이 국내 면세점 대신 해외 면세점을 찾아 잠재적 탈세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했다.
또 다른 대형 면세업계 관계자는 “여행이 대중화된 시대에 600달러는 부족한 감이 많다”라며 “입국장 면세점을 활성화 하려면 1000달러 수준으로 올렸어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입국장 면세점의 흥행 여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하겠지만, 경쟁력을 갖춘다면 술과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기내면세점에서 입국장 면세점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