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비리 사태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제2의 채용비리 사태를 막기 위한 채용비리 방지법의 국회통과는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발의된 채용비리 방지법 7건 가운데 현재까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는 지난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공개하며 알려졌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전 은행권을 상대로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나섰으며, 그 결과 은행권 채용과정에서 남녀 성별과 출신대학 차별, 추천에 의한 특혜 채용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그 결과 채용비리에 연루된 금감원장과 우리은행장이 사퇴하고, 하나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을 포함해 총 은행권에서 총 38명이 기소되는 상황을 불러왔다.
국민에게 충격을 선사한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는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은행고시’가 부활했고, 블라인드 채용도 강화됐다. 채용절차를 전부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은행도 속출했다. 또한 남녀 차별을 막기 위해 여성 직원에 대한 채용비율 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모범규준과 달리 법적으로 채용비리의 처벌 규정과 발생 책임을 명문화해 재발을 방지하고, 채용결과의 구체적인 공개를 통해 지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채용비리 방지법의 국회통과는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잠들어 있는 채용비리 방지법들을 보면 먼저 김관영·손금주·심상정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건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이 있다. 김 의원과 손 의원의 대표 발의 안은 평가점수 등 채용결과의 구체적인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담고 있으며, 심 의원의 발의 안은 채용비리의 구체적인 처벌규정과 함께 채용비리가 발생했을 경우 채용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채용비리에 개입한 인물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채용과정에서 남녀차별을 할 경우 처벌규정을 명시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아울러 이학용 의원과 추혜선 의원이 채용비리 사태에서 대주주(회장)가 빠져 나가는 문제를 막기 위해 대표 발의한 금융지주 대주주의 금지행위 범위를 확대한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국회를 통과 못하고 있다.
채용비리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 파행에 기인하고 있다. 올해 국회는 여야가 선거·사법개혁 이슈를 두고 충돌함에 따라 개점휴업 상태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답답한 심정이다. 채용비리 방지3법은 물론 민생 현안과 관련한 법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여야는 국회로 돌아와 민생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