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핀테크 행사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 첫 날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타다’ 발언과 핀테크 업체들의 규제 발언에 뜨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핀테크 행사로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목표아래 23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3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됐다.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이날 행사 시작 전부터 언론은 물론 금융기관과 참가 핀테크 업체들의 관심은 최종구 위원장이 내놓을 발언에 집중됐다. 행사에 참가한 핀테크 업체 한 관계자는 “오늘 행사의 메인은 최 워원장의 후속 발언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최 위원장은 전날 택시업계와 ‘타다’ 서비스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쏘카의 이재웅 대표에 대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가 택시업계의 분신사건을 두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최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최 위원장의 지적 이후 이 대표는 즉각 SNS를 통해 “갑자기 이 분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고 반격에 나서자, 두 인물의 말싸움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이날 행사장은 참석이 예정된 최 위원장의 후속 발언에 관심을 집중했다. 기대와 같이 최 위워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며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혁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 전체의 후생을 높이는 것임을 항상 유념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최 위원장은 기조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그렇게 비아냥 거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민간 사업자의 혁신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혁신과 변화로 인한 사회적 충격을 잘 관리해서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을 잘 돌보는 것도 정부의 큰 역할”이라며 “혁신 사업자분들도 사회적 갈등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 주시기를 바래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고 전날의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핀테크 행사장에서 나온 최 위원장의 발언은 ‘타다’의 이재웅 대표에게 집중됐지만 핀테크 업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날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놀 수 있는 운동장 만들어 달라=이날 행사장에서는 최 위원장의 발언 만큼이나 류형준 카카오페이 대표,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의 발언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두 대표는 혁신서비스를 위해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발언들을 내놓았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와 같은 많은 핀테크(테크핀) 기업들이 국민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의 경기는 운동장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운동장은 법과규제가 만들어주는 운동장”이라며 “(정부가) 운동장을 계속해서 넓혀 준다면 우리는 멎진 경기를 하기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 축구가 2002년 4강 신화를 이룬 것처럼 (핀테크도) 비상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김 대표는 “정부는 올해를 핀테크 혁신의 적기로 말하고 있다”며 “저희 생각에도 오픈뱅킹 이니셔티브, 마이데이터를 필두로 한 본인신용정보 관리업의 도입, 신용정보법 개정, 규제샌드박스로 대표되는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한 지원법 등이 빨리 도입될수록 변화가 가속화돼 금융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세상을 빨리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도 “금융혁신법, P2P법, 신용정보법 등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가 고객니즈, 인프라와 합쳐지면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이 혁신서비스를 두고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면 이들의 발언은 혁신서비스를 대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