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 점포의 수익성이 미국 점포 보다 20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에서 벌어들인 순이익 역시 미국의 2배가 넘어 정부가 국내 금융사의 신(新)남방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의 자산은 총 651억달러로 전체 해외 국가 중 가장 많은 자산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325억달러), 홍콩(179억달러), 영국(115억달러) 등에 진출한 금융기관 점포의 자산도 최소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신남방진출 거점으로 작용하는 베트남(78억달러)과 인도네시아(71억달러)의 자산은 80억달러에 못 미쳤다.
미국과 중국에 전체 해외 점포 자산의 50% 이상이 집중됐지만 벌어들이는 순이익은 전체의 24.3%에 불과했다. 지난해 2억5200만달러로 가장 많은 순익이 발생한 곳은 중국이다. 뒤이어 홍콩(2억3500만달러), 베트남(1억5700만달러), 영국(1억2400만달러) 순이다. 미국에서는 61억달러의 순이익이 발생하는데 그쳤다.
미국 점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자산이 순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 이는 수익성 지표인 ROA(총자산 수익률, 자산 대비 순이익)로 보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국가별 진출점포의 ROA는 베트남이 2.0%로 가장 높고, 홍콩(1.3%)과 인도네시아(1.4%)가 1% 이상을 기록했다. 중국(0.8%), 일본(0.8%), 영국(0.9%)은 0.8~0.9% 수준을 보였으며, 미국은 가장 낮은 0.1%에 머물렀다.
미국 점포의 낮은 수익은 기축통호 시장에서 경쟁의 어려움과 최근 미국의 자본세탁방지법 강화에 따라 추가적인 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경우 달러 조달비용에서 미국의 은행과 경쟁하기 어렵다”며 “달러조달 비용에 차이가 나 미 시장에서 현지 은행들과 경쟁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 정부의 지시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추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미 점포의 경우 현지 국내기업 거래, 달러 조달, 딜 소싱 등의 이유로 포기할 수 없는 점포”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신남방정책특별위원를 중심으로 국내 금융회사의 신남방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의 신남방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한·아시아 금융협력센터(가칭 KAFCC) 설립을 추진 중이다. 후보지로는 태국 방콕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