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파문, 연이은 프로포폴 오남용 사건, 인보사 사태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련된 이슈가 올해 초부터 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기관이기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초 취임한 이의경 신임 식약처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는 그간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히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마약류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에 관계부처와 협업하여 불법 마약류 대응책을 마련했다. ‘물뽕’(GHB) 등 마약류의 무분별한 유통 및 의료용 마약류의 처방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서다.
‘마약류 등 약물이용 범죄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인터넷·SNS·다크넷에서 퍼지고 있는 온라인 마약류 판매광고 및 유통사범을 집중단속했고,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은 온라인으로 불법 마약류를 판매광고한 게시글 19만8379건을 삭제했다. 국내·외 SNS 계정(ID) 755개도 차단 조치했다.
또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용 마약류 처방 현황을 파악했다. 이를 통해 2018년 6월~12월 간 의료용 마약류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국내 환자 1190만명과 처방의료기관 총 3만 6199개소를 확인했다. 진료기록 없이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처방전을 위조하는 등 법을 위반한 의료기관 27곳과 여러 병‧의원을 방문해 프로포폴 등을 투약한 환자 등 49명도 적발했다.
이와 함께 식약처에 마약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마약안전기획관’을 신설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에 소속됐던 ‘마약정책과’와 ‘마약관리과’를 분리해 그 밑에 두고, 마약류 오남용 예방과 불법 마약류 감시체계 운영을 전담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사용 사례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마약안전기획관 내에 ‘마약류 현장대응 T/F팀’ 운영을 시작했다.
다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뒤처리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프로포폴 오남용 문제는 이전부터 발생해왔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우유주사’, ‘주사이모소개’ 등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이를 인용한 불법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관계부처와의 협업 등 식약처가 내놓은 마약류 관련 대응책은 버닝썬 사태 후가 아니라 그 전부터 강화돼야 했어야 할 일이다.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의 실상이 밝혀지기까지는 15년이 걸렸다. 인보사의 세포 변경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식약처 현지 실사단이 미국으로 출국해 26일 저녁에 입국할 예정이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윤소하 국회 보건복지위 정의당 의원은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은 한국 기업인데 인보사케이주의 주요 세포 성분이 허가받지 않은 세포로 변경된 것은 미국의 FDA를 통해 확인되고, 코오롱의 거짓해명은 수출 계약을 맺은 일본의 제약사의 소송과 자체공시 등으로 확인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을 기만한 코오롱사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고 있고, 게다가 사태 인지 50일이 되어서야 현지조사를 나가는 능 문제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질타했다.
시민단체 등도 식약처가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를 검찰에 고발하고, 이의경 식약처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네티즌 역시 “식약처는 도대체 뭐하냐”, “직무유기다”, “식약처의 허술한 인허가 심사가 인보사 사태의 한 원인”, “정부 하는 행태를 보면 제2, 3의 인보사 사태는 필연적”이라는 등의 반응이다.
대응책이야 사건이 터진 후 보다 완벽하게 세울 수 있겠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식약처에게 필요한 것은 신뢰 회복을 위한 진정성이 아닐까.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