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노인인구가 크게 늘면서 급격한 노령화로 요양병원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전북에서도 인구가 밀집한 전주의 경우, 동네마다 요양병원이 있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로 도심 곳곳에서 요양병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최근 몇 년 사이 도심권에도 요양병원이 크게 늘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막상 실상을 들여다보면 세간의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27일 전북도에 따르면 5월 현재 도내 요양병원은 84곳으로 전주에만 34곳의 요양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전주시 행정동은 35개동으로 34곳에 요양병원이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전주시는 동네에 한곳은 요양병원이 들어선 셈이다.
그에 반해 전북 동부권인 무주, 진안, 장수에는 요양병원이 없어 노인의료 수요는 군립요양원이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양병원도 사회 전반에 걸친 ‘빈익빈 부익부’구조로 운영, 자본이 집중되는 도심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한 대형병원에 수요가 몰리면서 농촌지역은 요양병원 서비스도 소외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역별로 보면 전주에 가장 많고 익산은 12곳, 군산 8곳, 완주 7곳, 고창 5곳, 남원과 김제에 각각 4곳, 임실과 부안에 각각 2곳, 순창에 1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인구 밀집 도심에 요양병원이 몰리면서 요양병원에 거부감을 가진 도시민들의 반발도 크다.
실제 전주시 평화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요양원 건립에 집단 반발, 현수막을 내걸고 요양원 건립 계획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차이도 명확히 구분된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노인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상주하고 환자 30인 이상 수용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에 반해 요양원은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아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도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만 상주하면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인인구 증가에 발맞춰 요양병원이 크게 늘면서 의료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병원장이 개인병원을 운영하다 나이가 들면 요양병원으로 병원 시설을 바꿔 운영하는 경우도 많고, 의료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이른바 ‘페이 닥터’를 병원장으로 채용해 운영하는 요양병원도 흔히 볼 수 있다.
요양병원의 의료수요가 늘면서 군단위 보건의료원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 일하면 업무도 많지 않고 급여 수준도 높아 군단위 의료기관에서 일하기보다는 요양병원을 택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실제, 임실군보건의료원은 최근 A원장이 사표를 제출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더욱이 임실군보건의료원은 지난 2014년부터 2년여 동안 원장이 공석이 상태로 운영해오다가 어렵게 A원장을 영입했는데, 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의료서비스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보건의료원장의 사의 표명은 임실군의회에서 한 의원이 의정발언을 통해 병원장의 연봉을 공개하고 자질을 의심하는 내용의 질타를 쏟아낸 데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역 의료계는 “요양병원에서 원장으로 근무하면 근무 환경도 좋고 군단위 의료기관보다 연봉 수준도 좋은데,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듣고 참을 병원장은 없을 것”이라며 “지역간 의료서비스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도 군단위 의료기관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책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노인의료 수요가 몰리면서 의료사고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행정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의료법에 따라 관리되는 요양병원과 달리 노인복지법에 따라 운영되는 요양원은 의료안전사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진안의 노인요양원에서는 최근 80대 노인이 요양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앰블런스에 방치됐다가 숨지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비극은 요양원의 노조파업으로 전주의 한 요양병원으로 환자를 분산 수용하는 과정에서, 앰블런스로 환자를 이송한 요양병원 측이 이송된 환자 33명 중 32명을 입원 조치하고 환자 한명을 빠뜨려 차량에 방치돼 목숨을 잃었다.
구순을 앞에 둔 노인의 비극적 죽음의 단초는 요양원의 노조파업에 따른 분산 수용환자를 이송한 요양병원의 부실한 대응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행정당국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의료사고와 안전사고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형편이다.
요양병원의 경우,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사업자가 환자 가족과 합의 처리하면 그만이고, 요양원도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밖으로 알려지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나 안전사고 모두를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노인의료복지기관의 안전한 관리와 감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