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 명의 하남 지역 상인들이 이른바 '배짱' 영업을 강행한 코스트코 하남점에 일제히 불만을 터트렸다. 이들은 코스트코로 인해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실질적 상생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남시 소상공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5일 오후 2시 코스트코 하남점 앞에서 ‘2차 궐기대회’를 열고 “코스트코가 지역 상인과 상생 안을 마련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한 채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지역 골목 상권을 말살하는 코스트코는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0여명, 경찰 추산 700여명이 모였다. 신장시장상인회, 덕풍시장상인회, 5일장 상인회, 가구협회, 석바대시장상인회, 슈퍼마켓협동조합, 패션조합 등 7개의 하남시 소상인공인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김재근 덕풍시장상인회 회장은 선언서에서 “소상공인은 언제부턴가 사회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생업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우리도 대한민국에 세금을 내고 살아가는 국민이지만,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코스트코 미국 회장은 한국만 생각하면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 그 눈물은 한국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이라며 “코스트코가 15번째 매장은 무혈입성했지만, 16번째인 하남시는 어림없을 것”이라고 외쳤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달 25일 코스트코에 ‘자율합의 또는 정부 권고안이 통보될 때까지 개점을 일시정지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하남점은 권고에 따르지 않고 예정된 30일 개점을 강행했다. 집회에 모인 상인들은 “정부의 과징금이 5000만원에 불과해 ‘배짱’ 영업을 강행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현재 코스트코와 비대위 측은 이달 3일과 13일, 두 차례의 상생회의를 가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비대위 측은 상인들이 입는 피해에 대한 구체적 보상안과 대안을 주장하고 있다.
김재근 회장은 “건물이 다지어지고 개점을 얼마 앞둔 상황서 진행한 사업 조정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면서 “코스트코는 10여년 전의 상생안을 제시하며 상인들의 요구는 검토만 해보겠다고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참가자들은 "하남시에만 현재 5개의 유통 대기업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면서 ”소상인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데, 코스트코의 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코스트코 푯말에 계란을 던지는 등의 퍼포먼스와 함께 '코스트코 자폭하라‘, ’Go back "Costco"' 등의 푯말을 들고 하남점 주위를 행진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 발언대에 선 방미숙 하남시의회 의장은 "코스트코 이익의 대부분은 미국으로 향하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라며 "이번 6월 3일부터 시작하는 행정감사에서 여러 지적과 함께,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